순이익 4분의 1 내려앉아… “역마진에 카드론·현금서비스 증가 우려”

자료=여신금융협회 보고서 갈무리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3분기 카드사용액과 승인건수가 모두 늘었다. 휴가철 결제 요인이 늘어난 덕이다. 반대로 카드사들의 실적은 주저앉았다. 신용카드 이용이 늘면 늘수록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는 구조다.

1일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192조5000억원, 승인건수는 47억5300만건이다. 카드 승인액과 승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14.4%씩 늘었다.

개인카드 사용량 증가가 카드승인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개인카드 승인금액은 156억100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올랐다. 승인건수도 44억6000건으로 14.5% 증가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학생들의 여름방학 및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로 인한 소비수요 증가, 긴 추석연휴로 인해 내국인의 여행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전 카드결제 증가, 자동차 판매 증가 및 온라인을 통한 소매 판매 증가가 카드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고 풀이했다.

반면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줄어들었다.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총 36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4조9400억원) 대비 18.9% 감소했다. 승인건수가 2억5800만건에서 2억9500만건으로 14.3%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승인액 감소가 두드러진다. 법인들의 국세 카드납부 유인이 약화됐다는 것이 여신금융연구소 측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울상이다. 카드사용이 늘어나면 실적도 같이 좋아져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탓이다. 현재까지 실적이 나온 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국민·신한·우리·하나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총 2715억원이다. 지난 분기 총 순이익 3561억원 대비 846억원(23.8%)이나 떨어졌다.

4사 모두 신용카드 수익보다 비용이 더 늘은 것이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카드 실적이 늘어 중개 업체인 밴사와 PG사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많아졌지만 수수료 수익은 그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 소액 카드결제 증가로 카드업계가 중개 업체인 밴(VAN)사에 지불해야 할 전표 수거료나 망 사용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정부가 우대를 받는 영세·중소카드가맹점의 범위를 넓힌 것도 카드사 실적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는 연매출액 2억원·3억원에서 3억원·5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소상공인의 수익을 보전해주겠다는 측면이지만, 그 부담은 카드사들이 온전히 짊어지게 됐다.

내년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예고돼있다.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0%로, 영세 가맹점은 0.8%에서 0.5%로 수수료가 내려갈 전망이다.

정부의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인한 카드사 수익성 저하 부담은 카드 사용자의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결국 다른 상품에서 회원들에게 (감소분을) 전가하게 돼 있다”며 “거듭된 수수료 인하로 역마진이 발생하면 카드사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서 메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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