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늘었는데 개발비↓…광고·접대에 올인?

2010년 4월 13일 도급계약해지로 집단해고 당한 대우버스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1일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차량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자일대우버스가 실질적인 품질 향상은 외면한 채 외향확장에만 집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증가에도 광고비와 접대비만 늘었을 뿐 차량 개발비는 오히려 줄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45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기업임에도 직원 교육훈련비는 억 단위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소 자일대우버스의 모회사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말한 노동생산성 향상과는 상반된 행보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자일대우버스가 지난해 사용한 광고선전비와 접대비는 각각 2억348만원, 6억3222만원으로 전년 대비 126.1%, 2.3% 늘었다. 반면 차량 개발에 쓰인 개발비는 102억5919만원으로 같은기간(121억8911만원) 대비 15.8% 줄었다.

사진=뉴시스

이 동안 자일대우버스의 실적은 상향곡선을 그렸다. 자일대우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80억원으로 전년(58억원) 대비 37.9%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54억원으로 같은기간(78억원)대비 225.6% 급증했다. 매출도 4487억원으로 전년(4431억원) 대비 1.3% 늘었다.

즉 실적이 크게 상향 됐음에도 버스제조사의 본연인 차량 개발은 뒷전으로 한 채 광고와 접대 등 겉모습에만 치중한 셈이다.

자일대우버스의 이같은 모습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과거부터 경쟁사 대비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자일대우버스는 2003년 영안모자가 인수한 이후 차량의 강판을 국산 포스코제에서 중국산 중경강철집단산을 사용해 버스 이용자들이 부식문제에 시달렸다.

경쟁사들은 방청성 강화를 위해 1995년부터 수용성 도료에 전류를 흘려 도색하는 전착도장을 실시했다. 반면 자일대우버스의 경우 2012년 도시형 버스 라인업인 뉴 BS시리즈가 나온 후부터 전착도장을 적용했다. 즉 17년 동안 자일대우버스의 차량들은 부식에 취약했다는 뜻이다.

2010년 4월 12일 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대우버스 협력업체 직원이 울산 울주군 대우버스 울산공장 앞에서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원들의 교육훈련에 소홀한 점도 자일대우버스의 경쟁력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 자일대우버스가 지난해 직원교육훈련에 사용한 돈은 총 4898만원이다. 45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기업임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모회사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평소 노동 생산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말과 상반된 행보다.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자일대우버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실제 백 회장은 2014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안이 투자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비정규직이나 힘들게 일하는 사람은 뼈가 빠지게 일하고 노조에 가입해 노동 운동만 하는 사람은 권리만 주장하고 일을 안 하는 이상한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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