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떨어지지 않는 ‘베블런 효과’로 수익 독식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직장인 김지성(30)씨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혼수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 한 백화점에서 샤넬 클러치백을 찾던 김씨는 최근 가격이 또 올랐다는 말에 허탈해했다. 김씨는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은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엄청나다”면서도 “그래도 없어서 못사는 경우가 많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의 이같은 ‘묻지마식’ 가격 인상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가격 인상 방침이 신년이나 혼수철만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은 지난 1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2~17%가량 인상했다. 샤넬 측은 환율 변동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샤넬은 지난 5월에도 면세점에서 평균 4%의 판매 가격을 올렸다. 때문에 일각에선 혼수철 ‘대목’을 앞두고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흔히 ‘3대 명품 브랜드’라고 부르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역시 신년마다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컬리백을 기존대비 각각 2.7%, 3.1% 올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말부터 평균 7% 인상한 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에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판매업체는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리뉴얼 등의 명목적인 이유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은 기존 제품 라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환율 변동’만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큰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묻지마식 가격 인상은 사실 고객들의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베블런 효과는 럭셔리 제품의 고가 마케팅이 별다른 제동 없이 진행되는 것을 설명한다. 베블런 효과는 과시용이나 허영심으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말한다. 럭셔리 가방회사들이 불황에도 오히려 값을 올리는 이유는 이러한 심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못 구하는 소비자들이 수두룩한 이유기도 하다.

베일에 가려진 럭셔리 브랜드 정보?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가 조사한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18억달러(약 12조원)로 세계 8위 규모에 달한다. 규모는 상당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의 개별 실적은 현재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일부 백화점 매출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모두 비상장 유한회사기 때문이다. 비상장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구체적 재무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이나 순이익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내에서 이들이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 매출 대비 수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속성이 있는 한국 사치품 시장에서 이들이 매년 큰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공개되면) 브랜드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유한회사 형태를 고집한다”고 설명했다.

문제 개선을 위해 유한회사와 비영리법인도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감법)’을 입법했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회사들은 소비자를 상대로 방대한 창출하고 있다"며 ”하지만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은 얼마나 거두고 있는지, 국내 사회공헌활동에 얼마나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실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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