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서 전국 6곳으로…파동 이틀째, 검출농가 꾸준히 늘고 있어

국산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에는 다른 상품이 진열되어 있고 계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유럽발 살충제 파동이 국내에까지 퍼지면서 계란이 또다시 소비자로들에게 골칫거리로 떠올랐다다. 특히 전국 대형마트에서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하고 살충제 검출 지역도 종전보다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당장 가족의 건강과 함께 생활비 폭등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 국내 달걀서 살충제 검출…政‧업계, 출하금지 등 응급조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가에서 가축의 진드기를 제거하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과다섭취하면 간과 신장 등을 손상할 위험이 있는 유해살충제다.

정부는 15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국 3000마리 규모 이상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계란의 출하를 전격 중단시켰다. 같은날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역시 정부의 발표에 따라 모든 점포에서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지했다.

◆ 계란 살충제 파문 어디서 시작됐나

‘살충제 달걀’ 파문은 지난달 네덜란드의 양계장 180여곳과 벨기에 일부 양계장에서 생산된 달걀이 피프로닐에 오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현재 EU 내 15개국에 살충제 달걀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충제 달걀이 유럽을 넘어 다른 나라로까지 급속도로 퍼지자 농식품부는 국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고 남양주에서 살충제 검출 달걀이 발견된 것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계란 살충제 검출 관련 추진상황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어제까지 먹었는데...괜찮은 거예요?”…불안감 확산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만 같았던 살충제 달걀 파문이 국내에서도 터지자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정부 발표 하루만에 살충제 검출 지역이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범상치 않자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농림식품부는 16일 기존 남양주시에 이어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산란계 농가에서도 닭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 전남 나주 등에서도 비펜트리가 검출됨에 따라 현재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6곳으로 늘었다.

시중에 유통된 계란 중 2개 제품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되는 등 사태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가 일자 서울교육청 등 각 시도 교육청 및 국방부는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계란 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며 연일 식품업계와 유통업계 소비자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종합식품회사 소비자상담실에는 ‘계란이 들어간 제품인데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평소보다 소비자 문의 전화가 3배가량 많아져 해당 식품회사 상담실 전화는 10~20여분 지연 연결되기도 했다.

주부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어제까지 (계란) 먹었는데, 저녁때 확인하니 '08'이 쓰여 있는데 괜찮겠죠”, “얼마 전 아이가 아팠는데, 내새끼(아이)가 계란 때문에 아팠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천불이 난다” 등 불안한 마음을 나타낸 주부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08마리’ ‘08LSH’ 등 살충제가 검출된 제품만 유의한다면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단기간에 급성독성이 생길 수 있는 피프로닐 섭취량은 몸무게 60㎏ 성인 기준 0.54ppm 수준이다. 달걀 1개 무게가 대략 60g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양주 농가에서 발견된 달걀 245개 이상을 한꺼번에 섭취해야 급성독성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 추석이 코앞인데…공급중단으로 계란값 폭등 우려도

안전만큼이나 식탁물가도 걱정이다. 정부당국과 업계의 달걀 공급 축소 조치로 가격 상승폭이 가팔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데이터에 따르면 14일 기준 계란 평균 소매가(중품 30개들이 특란)는 7595원으로 1년 전 가격(5350원)보다 42.0% 비싸졌다. 특히 추석 명절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월 벌어졌던 AI사태로 일부 지역에서 아직까지도 계란 한 판(30개)당 가격이 1만원대를 호가하는 등 가격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또 다시 가격 폭등이 예상돼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한 방송사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이번 일은 책임있는 내각인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주 안으로 계란의 정상적인 수급(문제없는 계란은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주말까지는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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