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유상증자 과정서 편법 지원 의혹

신동빈 부회장 금융업 욕심에 계열사 희생 지적도
롯데 “그룹 차원 지원 아냐. 시장의 근거없는 소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금융부문 강화에 대한 욕심이 무리수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량 계열사를 동원, 편법 의혹을 사면서까지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롯데캐피탈을 지원했는가 하면, 신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인수한 롯데손보는 최근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려 금감원의 권고 조치를 받았다. 카드 계열사인 롯데카드는 시장점유율이 6%대인 후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고 발생액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들어오기 전 일본 노무라 증권의 런던지점에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신 부회장은 틈날 때마다 ‘금융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로 아버지 신 회장이 ‘유통’으로 거대왕국을 일궜다면, 신 부회장은 ‘금융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신 롯데의 밑그림을 짜고 있다.

현재 롯데는 캐피탈을 비롯해, 카드, 손해보험, 코스모투자자문 등 금융업종 전반에 걸쳐 영역을 확장, 금융분야 자산 규모만 6조원이 넘는다. 롯데그룹 총 자산 40조원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신 부회장이 노무라 증권에 몸 담았다는 점과, 금융부분 가운데 증권업만 빠져있다는 점을 들어 증권사 인수설 또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CJ투자증권에 이어 대신증권, 교보증권 인수설에 휘말렸고, 최근에도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롯데가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했다. 

롯데는 그러나 “당분간 증권사 진출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시장에서 근거 없는 추측으로 증권사 인수설을 끊임없이 제기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증권사 인수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 

롯데캐피탈, 그룹 차원서 증자 지원했나

그러나 신 부회장의 ‘금융’에 대한 이 같은 욕심이 곳곳에서 무리수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9개 계열사들은 롯데캐피탈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자 참여규모는 대주주인 호텔롯데가 30억원(29만7000주)으로 가장 많고, 롯데쇼핑, 부산호텔 등 나머지 8개사가 170억원 가량이다. 주당 취득단가는 1만85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롯데캐피탈의 회사 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증자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롯데캐피탈의 주당 순자산가치를 8천원 안팎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순자산가치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편법 지원이라는 지적.

롯데캐피탈의 2007년 말 총자산은 2조1658억원으로 1년 전 1조2400억원 대비 74.7% 늘었고 지난해 6월 말 현재는 2조5912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자기자본 확충은 2007년 말 2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7% 늘어 자산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외부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이 이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중도 2년 연속 떨어졌다. 2007년 6월 말 13.5%까지 개선됐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6월 말 현재 10.0%에 머물고 있다. 자본잠식이 나타났던 2004년의 10.6%마저 밑돌고 있다.

여기에 CP(기업어음)매입을 통한 밀어주기 의혹도 받고 있다. 롯데기공, 롯데상사 등 계열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롯데캐피탈이 발행한 총 1300억원 어치의 CP를 사들였다. 특히 롯데기공은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6차례 걸쳐 700억원의 CP를 집중 매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금융권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해 말에만 300억원 어치의 CP를 샀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량 계열사를 동원한 CP매입은 전형적인 계열사 밀어주기의 방식”이라며 “롯데기공처럼 공시의무에 따라 CP매입 사실을 알린 기업들보다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들의 매입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롯데 측은 그러나 “200억원의 소규모 증자에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각 계열사들이 정확한 근거에 따라 주당가치를 산출해 증자에 참여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롯데카드 무리한 영업행위 금융사고 빈번

한편 지난 2007년 4월 대한화재를 인수해 출범시킨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자본 확충에 빨간 불이 켜졌다. 롯데손보를 비롯 제일화재, AIG손보 등 손보사 6곳은 지난 9월 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져 금감원의 자본 확충 권고를 받았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고객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감원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고 150% 이하가 되면 통상 자본 확충을 권고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통상 다른 자산에 투자해 운용하는데, 운용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진 것이다. 보험사는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보험사의 보유 주식은 운용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세법 규정상 가격이 떨어져 생보사들의 변액보험에서 손실이 나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그런가하면 카드업계 후발주자인 롯데카드는 무리한 회원 모집으로 인해 금융사고 발생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계 카드를 포함해 2000년부터 2008년 8월까지 발생한 카드사 금융 사고에서 롯데카드가 68억8400억원으로 1위(금액기준)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이 6.4%에 불과한 롯데카드가 사고 발생에 있어서는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

롯데카드는 지2007년에도 역대 카드사 금융사고액 중 최대인 63억2400만원의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전산 직원의 실수로 1만600명의 카드대금이 이중으로 인출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후발주자로서 회원 모집을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다보니 금융사고 또한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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