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소득증대 투트랙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 기준 1359조7000억원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17조1000억원(1.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3조5000억원 적고, 같은해 4분기 증가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규모에 비해 과다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가계부채 해결방안을 8월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유다. 예상되는 대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도입,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소득증대 등이다.

의견 엇갈리는 경제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말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언급했으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4일 “현행 제도 아래에서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다”며 LTV‧DTI 규제를 다시 조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LTV와 DTI를 완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LTV는 부동산인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이 얼마를 빌려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비율을, DTI는 부채를 상환하는 비율을 말한다.

당시 정부는 은행‧보험(수도권 50~70%, 기타지역 60~70%)과 비은행권(수도권 60~85%, 기타지역 70~85%)에 따라 달리 적용됐던 LTV를 모든 금융권에서 70%로 맞췄다.

DTI는 은행‧보험(서울 50%, 경기‧인천 60%)과 비은행권(서울 50~55%, 경기‧인천 60~65%)에서 달리 적용됐던 것을 60%로 일괄 적용했다.

가계신용 잔액 1400조
LTV‧DTI 다시 조이나

2014년 1년 단위 행정지도로 시작된 이 조치는 매해 연장돼 오는 7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추가 연장하지 않으면 LTV와 DTI는 이전 수준으로 환원된다.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LTV와 DTI에 손을 댈 경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내정자 신분으로 LTV‧DTI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가계부채, 부동산 과열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정부에서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일부 작용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다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LTV와 DTI 강화를 두고 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보다 강력한 규제인 DSR 조기 도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DTI 보다 강력한 DSR

DSR은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 기준인 DTI와 달리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DTI 보다 높아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총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규제책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가계부채 관리를 DSR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위원회는 DSR 도입 시기를 애초 2019년에서 2018년으로 앞당기는 계획을 내놓았다.

초과이익환수제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유예과 관련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여러 측면을 보겠다”고 말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개발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최고 50%를 정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투기억제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제도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인 2006년 9월 시행됐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유예, 오는 2018년 부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재건축 단지에 내년부터 적용되며 집값 전망에 따라 많게는 억대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

첫발은 일자리 창출

대출규제 강화가 가계부채 문제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길이 좁아짐에 따라 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가계가 대출을 늘리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정책 등을 추진해 나가는 이른바 ‘투트랙’ 방식으로 가계빚 문제에 접근해 갈 방침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 증대로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동시에 불평등도 해소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가계소득 증대→소비 증가→기업 매출 증가→투자→고용 확대→가계소득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DSR 조기도입 가능성↑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앞둬

첫발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고 취임 이후 이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왔다. 취임 당일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 상황 점거과 개선방안 수립 보고를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설치 지시와 청와대 내에 일자리 수석직도 신설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고, 같은달 24일에는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취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편성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추경안은 11조2000억원 규모로 공무원 1만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 민간 일자리 3만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