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사장 추진 플랫폼 사업·M&A 결실 과제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나눠 먹는 구조를 가지는 이통사업 특성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에 일가견 있는 박정호 사장을 필두로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협공이 거세지고 있어 신사업 주도권을 확보를 위해선 박 사장의 활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취임한 박 사장은 미래먹거리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경영 첫 발을 내딛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New ICT산업의 생태계 조성·육성을 위해 5조원, 5G를 비롯한 미래형 네트워크를 위해 6조원 등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CJ헬로비전 합병 당시 미디어 생태계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3조20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 이상 통신시장에서 가입자 쟁탈전 같은 소모적인 경쟁으로 미래비전을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방과 협력 전략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 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CES 2017’행을 선택, 글로벌 ICT기업들과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통해 SK텔레콤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글로벌 ICT 생태계 변화의 바람을 몸소 느끼며 국내도 발빠른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자회사인 SK(주)C&C, SK하이닉스 등의 도움을 받는다. 자회사의 투자 지원 및 협력 확대를 통해 그룹 내 ICT 관계사의 역량 결집도 추진한다.
박 사장은 ‘New ICT’ 생태계를 ‘AI와 빅데이터, IoT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전면적 개방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투자 지원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를 확장시켜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이끌었던 박 사장을 SK텔레콤의 새 수장으로 발탁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박 사장의 과제는 지난 2009~2010년 재임한 정만원 사장 때부터 씨를 뿌린 플랫폼 사업의 열매를 따고, 장동현 사장 시절 무위로 돌아간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통한다. SK텔레콤 조직에 플랫폼 사업부문과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추진단이 신설된 것도 박 사장의 공이 크다. 모든 조직을 CEO 직속 체계로 개편해 의사결정이 기존보다 빨라지도록 한 점도 그렇다.
박 사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많은 경력이 있다. 그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물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 현재 SK그룹의 주력사업 M&A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또 SK C&C 사장 시절에는 호주 카세일즈닷컴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SK엔카의 글로벌 자동차시장 진출 가속화를 주도했고, ISDT를 인수해 반도체 모듈사업 진출에도 기여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AI서비스 ‘누구’와 사물인터넷(IoT), T맵 기반 첨단 교통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박 사장이 SK텔레콤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직원 복지 강화…4차산업 위한 혁신
최근에는 박 사장 주도로 대대적인 기업 문화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조직 문화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 사장은 여성 직원 기를 살리고 눈치 없이 양육을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부터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제 신설, 임신 단축 근무 확대, 출산 축하금 강화 등을 시행 중이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는 직원은 최장 90일까지 무급으로 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임신기간 내 단축근무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임신 초기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하루 6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의무적으로 임신 기간 내내 단축 근무를 하도록 했다.
출산 축하금도 대폭 강화됐다. 이전에는 자녀수에 따라 30만원, 50만원, 100만원의 축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를 50만원, 100만원, 500만원까지 높였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사내 어린이집 정원을 70명에서 120명으로 약 두 배가량 확대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어린이집 교사 및 여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어린이집 정원 확대는 시작”이라며 지속적인 정책 출시를 약속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산업 저변을 SK텔레콤이 중심이 돼 꾸리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6대 산업 모두 미래 ICT 핵심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라며 "결국 국내 ICT 생태계의 밑바탕에 SK텔레콤이 스며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