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사장 추진 플랫폼 사업·M&A 결실 과제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나눠 먹는 구조를 가지는 이통사업 특성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에 일가견 있는 박정호 사장을 필두로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협공이 거세지고 있어 신사업 주도권을 확보를 위해선 박 사장의 활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취임한 박 사장은 미래먹거리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경영 첫 발을 내딛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New ICT산업의 생태계 조성·육성을 위해 5조원, 5G를 비롯한 미래형 네트워크를 위해 6조원 등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CJ헬로비전 합병 당시 미디어 생태계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3조20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 이상 통신시장에서 가입자 쟁탈전 같은 소모적인 경쟁으로 미래비전을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방과 협력 전략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 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CES 2017’행을 선택, 글로벌 ICT기업들과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통해 SK텔레콤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글로벌 ICT 생태계 변화의 바람을 몸소 느끼며 국내도 발빠른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자회사인 SK(주)C&C, SK하이닉스 등의 도움을 받는다. 자회사의 투자 지원 및 협력 확대를 통해 그룹 내 ICT 관계사의 역량 결집도 추진한다.

박 사장은 ‘New ICT’ 생태계를 ‘AI와 빅데이터, IoT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전면적 개방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투자 지원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를 확장시켜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이끌었던 박 사장을 SK텔레콤의 새 수장으로 발탁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박 사장의 과제는 지난 2009~2010년 재임한 정만원 사장 때부터 씨를 뿌린 플랫폼 사업의 열매를 따고, 장동현 사장 시절 무위로 돌아간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통한다. SK텔레콤 조직에 플랫폼 사업부문과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추진단이 신설된 것도 박 사장의 공이 크다. 모든 조직을 CEO 직속 체계로 개편해 의사결정이 기존보다 빨라지도록 한 점도 그렇다.

박 사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많은 경력이 있다. 그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물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 현재 SK그룹의 주력사업 M&A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또 SK C&C 사장 시절에는 호주 카세일즈닷컴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SK엔카의 글로벌 자동차시장 진출 가속화를 주도했고, ISDT를 인수해 반도체 모듈사업 진출에도 기여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AI서비스 ‘누구’와 사물인터넷(IoT), T맵 기반 첨단 교통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박 사장이 SK텔레콤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직원 복지 강화…4차산업 위한 혁신

최근에는 박 사장 주도로 대대적인 기업 문화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조직 문화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 사장은 여성 직원 기를 살리고 눈치 없이 양육을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 1일부터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제 신설, 임신 단축 근무 확대, 출산 축하금 강화 등을 시행 중이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는 직원은 최장 90일까지 무급으로 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임신기간 내 단축근무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임신 초기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하루 6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의무적으로 임신 기간 내내 단축 근무를 하도록 했다.

출산 축하금도 대폭 강화됐다. 이전에는 자녀수에 따라 30만원, 50만원, 100만원의 축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를 50만원, 100만원, 500만원까지 높였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사내 어린이집 정원을 70명에서 120명으로 약 두 배가량 확대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어린이집 교사 및 여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어린이집 정원 확대는 시작”이라며 지속적인 정책 출시를 약속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산업 저변을 SK텔레콤이 중심이 돼 꾸리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6대 산업 모두 미래 ICT 핵심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라며 "결국 국내 ICT 생태계의 밑바탕에 SK텔레콤이 스며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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