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조율 중인 가운데, 두 사람의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문 정권과) 북한 문제에 연대해 대처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라며 문 정부와의 관계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이 올해 의장국을 맡은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문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방일이 실현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또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및 이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 노선을 경계하고 있어, 조기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3개국이 북한을 압박해 자제를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문 정권과의 관계 구축을 통해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사수하고 싶어한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는 대북 유화 노선을 견지했지만, 실질적으로 국정업무를 시작하면 대북 자세가 바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도 북한의 도발 행태가 이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문 정권이 향후 ‘현실노선’으로 전환할 것에 기대를 걸었다.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전 방위상과 민진당의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 전 외무상은 전날 BS니혼TV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 노선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

오노데라 의원은 “북한과 관련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유화적이라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문 대통령)는 향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겐바 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서 조금 달라진 것처럼 그(문 대통령)도 청와대에 들어가 더 현실적으로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문 정권의 대일정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그간 재협상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문 대통령 취임 첫날인 10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한국 측에 끈질기게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재교섭에는 응하지 않을 자세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전날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일파’로 알려진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지명하자, 일본 정가는 크게 반색하고 있다.

이낙연 지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수년간 도쿄특파원을 지냈으며 한일의원연맹의 부회장 및 간사장을 오랜 기간 역임해 일본 정계에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는 자민당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은 전날 이낙연 지사에 대해 “일본어도 능숙하고, 우리와 아주 친하게 지내 온 사람”이라면서 “이것으로 (한일) 파이프(연결망)가 연결됐다”라고 평가했다.

자민당 권력 2위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도 “기회가 되면 한국 방문을 검토한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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