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진산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한진해운이 사라졌다”. 더이상 거래소에서 ‘한진해운’이란 이름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한진해운만이 아니다. 더불어 개미(개인 투자자)의 광기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2일 한진해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을 선고받고 거래가 중단됐다. 한진해운이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개인투자자는 178만주를 사들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181만주를 팔아치웠다. 기업회생을 기대했던 개미들은 좌절했고 이후 광기는 시작됐다.

이성을 잃은 개미는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식을 사들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분명히 첫날 급증할 것이다”며 투자를 종용하는 등 흥분하기도 했다. 그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앞서 한진해운이 정리매매 기간에 돌입하기 전 상장폐지가 결정된 프리젠 때문이다. 프리젠은 상장폐지 대상이 되고 나서 정리매매 첫날 일부 작전세력에 의해 454% 주가가 폭등했다. 광기는 때론 작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프리젠과 달리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은 잠잠했다. 정리매매기간 첫날 한진해운은 310원으로 조용히 거래를 마쳤다. 정매 전 780원이었던 주가가 반토막이 된 셈이다. 이후 정매기간 동안 이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았고 한진해운은 결국 12원이란 숫자만 남기고 초라하게 사라졌다. 상장 첫날 주가 2만13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새긴지 7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개미의 광기 탓으로만 돌리기엔 시답지 않은 면이 있다. 거래소는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로 구분해 정보를 시장에 알린다. 하지만 거래가 정지되는 등의 물리적인 제한은 없고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다.

물론 투자경고‧위험종목 단계에서 주가 변동이 심하면 일시적으로 매매거래 정지를 적용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전까진 주가 급등락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투자 위험 종목으로 지정됐던 1월 12일부터 3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하루 평균 1억주 이상을 거래하기도 했다.

특히 정매기간은 이미 주가총액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라 일부 세력에 의해 쉽게 주가가 급등할 뿐만 아니라 주가 상‧하한폭(30%)도 적용되지 않는다. 정매 기간에 개미들의 광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이유다. 이를 눈뜨고 지켜본 것은 거래소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작은 전쟁터였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은 끔찍했다. 이제 더이상 한진해운에 투자한 개미들의 분노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거래소 곳곳에 퍼져있을 광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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