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A는 2001. 6. 7. B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와 이혼하기로 협의하면서 B의 요구에 따라 “A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확인증을 작성했습니다. 같은 날 A와 B는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이 성립됐습니다. 그런데 A는 뒤늦게 자신이 수천만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법원을 통해 B에게 재산분할청구를 하려고 합니다. 과연 A는 현 시점에서 B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 법무법인 서로 조태진 변호사

본 사안의 해결책으로 대법원 2016. 1. 25. 선고 2015스451결정을 참조해 볼만합니다.

본 결정의 1심 및 원심법원은 A입장에 놓인 청구인의 재산분할청구에 대해 청구인이 작성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서면은 재산분할에 대한 협의에 해당하고 그 약정대로 협의이혼이 이루어진 이상 재산분할 포기 약정 역시 유효하다며 청구인의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 제839조의 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쌍방이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된 때에 그 법적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는 경우, 부부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 재산 전부를 청산, 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해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쉽사리 ‘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봐 1심 및 원심법원의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본 결정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판결 참조),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0므1781 판결 참조)는 기존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를 보다 확장해 해석해 본다면, 상속 개시 이전에 유류분을 사전 포기하는 약정,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지기 전에 자녀의 양육비를 사전 포기하는 약정 역시 아직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지 않아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한 추상적 권리를 처분하는 것으로서 무효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협의이혼은 이혼에 대한 쌍방의 의사합치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무적으로 부부 중 일방이 적극적으로 이혼에 나서 다른 일방을 기망, 강박함으로써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 하에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기망, 강박을 당하는 쪽에서는 이혼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법적 검토도 없이 협의이혼의 내용을 결정하는 합의서(약정)을 작성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만약 이 때마다 합의서(약정)의 처분문서성에만 주목해 합의서(약정)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면 대상판결과 같이 재산분할제도의 본래적 취지가 몰각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판결은 재산분할약정 사전포기금지라는 기존의 법리에 충실하면서도 협의이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나 검토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협의이혼을 막고 부부가 합리적이고 동등한 조건 하에 협의 이혼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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