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또따또까·부산 맞추픽추·스토리버스 만디버스’ 등 주목

▲ 조경환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제조업이 일찍이 쇠퇴한 유럽의 공업도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실업률의 증가와 범죄의 증가 등 도시의 황폐화를 경험했다. 이 도시들 중에서 예술 및 문화의 창조성을 살린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가 1980년경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창조계급에 의한 창조산업이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에 의해 제창됐었고, 이는 '지적 재산의 개발과 활용을 통해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자금이 아닌 아이디어와 지적 재산을 중요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원재료는 사람이다.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니고 그것을 경제자본이나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전통적인 경제에서 불가결한 생산을 위한 자원이 창조경제에서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예술을 통한 '창조경제'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준비해서 도시의 격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화 도시의 격, 부산' 이런 고민들을 풀어가는 전환점이 지난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부산의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지난 1996년 첫 개최돼 올 해 우연곡절 끝에 22째를 맞이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부산을 '아시아 영상산업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케 한 행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 부산시의 경제기반이 됐던 신발, 조선, 섬유 등 수출 주도형 경공업이 1970년대 후반부터 하락의 길을 걷고 선진산업 구조로서 자구노력 부재로 지역경제의 침체현상이 계속되고 있을 때 21세기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으로 영상산업을 주력정책으로 여기고 있던 부산시로서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이 영화제를 통해 영상산업 육성정책과 연계산업으로 관광산업정책의 촉진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침체된 지역의 이미지를 세계적인 문화행사를 통해 쇄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부산시의 영화영상정책은 기본적으로 부산을 '아시아영화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비전 아래 추진되었다. '부산 이야기'를 파는 것이다.

부산시 원도심 재생사업 중에 '또따또까'가 있다. 부산시 원도심인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에 문화예술 공간을 입주시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다. 부산에 모인 피난민들의 애환의 판자촌 동네이자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의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부산 중앙동 40계단을 중심으로 미술창작의 공간, 독립영화제작소 및 상영관, 수공예 작업공간 등이 초기 작가 48 명, 예술단체 24개 단체 등 380여명이 입주해었다.

‘또따또까’는 ‘따로 또 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취지는 문화 예술을 통해 침체된 원도심을 재생시키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따또가는 원도심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또한 예술인들에게 작업 공간을 지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업 주체는 부산광역시, 사업 주관은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이다. 이러한 도심재생 사업은 이후 부산 문화정책 큰 영향을 끼친다.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이 2009년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2012년 '마을미술 프로젝트 골목길 프로젝트' 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부산이라는 곳이 한국전행의 피난처로서 임시 수도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실향민들이 많이 몰려들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부산이 산동네가 많고 또한 독특한 골목길 문화가 발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운대지역 중심의 신도시 조성 정책이 하나의 도시정책으로 자리잡았지만 구도심 산동네는 더욱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서 도시의 활성화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심의 공동화는 선진국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슬럼화과정을 겪으면서 도시의 사양화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만디버스와 같이 구도심에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하나의 '볼거리'로서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정책은 구도심 활성화을 위해 대단히 주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만큼 부산시가 오래동안 산동네 등 구도심에 대한 재생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으며, 당장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홍보를 한다면 감천마을이 원도심 제생 브랜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시에 거주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골목 산동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이는 구도심 활성화의 모범의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해본다.

최근 이러한 구도심을 엮어서 스토리투어 버스인 ‘만디버스’가 생겼다. 산복도로 역사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떠다는 만디버스 투어는 부산역에서 출발해 중구, 사하구, 서구, 영도구를 아우르는 일주여행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다는 물론이고 부산 사람들의 삶이 깃든 집들이 빼곡한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이 살아나는 테마 버스투어다. 산복도로는 화려하고 높은 건물을 자랑하는 현대적 부산과 달리 작고 아기자기한 주택이 밀집된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살 곳이 부족해진 이들의 생존을 위해 산으로 올라가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도로로 좁고 가파른 길이 많다. 그래서 만디버스가 25인승의 작은 버스이다.

​‘만디’라는 뜻은 산의 정상이나 언덕의 정상 쉽게 말해서 그곳에서 제일 높은 곳을 가리켜 하는 말로서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쓰는 말이다. 이렇듯 구도심을 하나의 볼거리로 만들어 부산을 파는 것이 지금 부산의 도시 재생사업이다.

 

▷조경환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

필자는 한국 최초 박람회 전문회사 ‘영지도스(東通)’ 프로듀서, 두산동아(동아출판사) 케이블 TV DSN 편성팀장 두산그룹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 극장장,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극장 기획팀장, 영화주간지 시네버스 편집장 그리고 인천부평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일대 연극영화과, 한성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부 겸임교수, 한성대대학원 미디어디자인전공 겸임교수,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겸임교수, 국립 강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방송연예 예술경영 겸임교수, 한국 외국어대학교 인문학부 문화콘텐츠 연계 전공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된 활동 분야는 공간운영 콘텐츠와 공연기획 및 문화정책, 지역기반 축제의 활성화, 예술경영전략, 지역 특성화 문화콘텐츠 개발(공연, 예술교육, 전시)이다. 특히 공연 문화 및 지역축제를 통한 지역의 문화경제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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