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노의 바람, 경마·말산업 ‘전문가’ 임명 또 무산

▲ 이양호 신임 마사회장.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은 ‘낙하산’이었습니다. “더는 낙하산은 안된다”던 마사회 노조의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제35대 한국마사회장에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이 임명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전 청장을 차기 마사회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사혁신처를 통해 지난 15일 농심품부에 유선으로 통보가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양호 신임 한국마사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및 산하기관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공직자 출신입니다.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농림수산부 무역진흥과장을 비롯해, 농업정책국 국장,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쳤습니다. 2013년에는 제24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해 올해 8월 임기를 마쳤습니다. 낙하산 논란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당초 마사회 노조는 내부 인사인 박양태 마사회 경마본부장을 측면 지원했습니다.

마사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마사회는 ‘국내유일의 경마시행체’라는 기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조선마사회 설립 이후 회장의 자리는 언제나 정권에서 내려오는 낙하산들의 전리품에 불과했다”며 “군인, 정치인 관료 출신뿐만 아니라 민가경영인 출신까지 다양한 낙하산 회장이 마사회장을 왔지만 국민과 마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성공한 CEO라는 평가는 받은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세로 역대 마사회장은 ‘낙하산’ 일색이었습니다. 1949년 설립 이후 30대 박창정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인사들이었습니다.

34대 회장인 현명관 회장은 19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으로 참여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비서실장 후보로까지 거론된 친박 핵심인사입니다. 33대 장태평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으로 소위 ‘관피아’이며, 31대 이우재 회장과 32개 김광원 회장은 모두 한나라당 국회의워을 거친 ‘정피아’입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마사회 노조는 이번만큼은 ‘낙하산’ 꼬리표를 떼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마사회 노조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마사회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농축산업의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첫걸음은 마사회 회장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 아닌 경마와 말산업의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가 밀던 ‘말산업 전문가’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의해 ‘낙마(落馬)’했고, 결승테이프는 ‘낙하산’이 끊었습니다.

“마사회장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전통을 고수한 마사회. 악습을 끊지 않는다면 혁신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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