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CJ 기대만발, SK·LIG·오리온도 거론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8·15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정·재계의 기대감은 날로 치솟고 있다. 아직 대상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림이 나와서다.

광복절 특면사면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찬 자리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옆자리에 앉은 박 대통령에게 특사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사 조치를 해주면 좋겠다”며 “여러 가지 경제·안보 위기로 국민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니 국민 통합적, 사회 포용적 분위기를 진작하는 데 특사가 가능하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 세 번째 특사

박 대통령은 이에 “좋은 생각이십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친김에 박 대통령은 3일 뒤인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사은 2014년 1월 설 명절과 지난해 광복 70주년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세 번째 특사다.

사면 대상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면심사위원회가 리스트를 추려 박 대통령에게 상신하면 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다음 날 열릴 예정이며 모든 절차는 광복절을 사흘 앞둔 내달 12일 전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 기업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사면 여부다.

재벌 총수 기업인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 거론된다.

정치인 중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상득 전 국회의원, 정봉주 전 국회의원, 홍사덕 전 국회의원 등이 후보자에 올랐다.

이재현, 재상고 포기해도 사면 불확실…건강이 변수
지난해 제외된 김승연, 사면복권 가능성 가장 높아

김승연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은 2019년 2월까지. 김 회장은 주요 기업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불러난 상태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 회장으로서 활동을 재개했고 최근에는 복귀 이후 사실상 첫 현장방문으로 충북 진천의 한화큐셀 태양광 셀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가장 많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어 재계에서는 이번 특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재상고 포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이번 특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돼 재상고를 포기할지 검토 중”이라며 “현재 여러 사항을 고려하며 재상고 포기 여부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최재원 부회장 형 따라 풀려날까?

하지만 이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더라도 사면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채운 형기는 약 4개월(12%)에 불과하다.

건강상태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구속집행정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신부정증 등을 치료받고 있지만 최근 유전병이 더 악화됐고 신장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과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옵션투자금 등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최태원 회장과 함께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판결받고 41개월째 복역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됐지만 최 부회장은 제외됐다.

구본상 전 부회장도 사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아버지인 구자원 회장,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과 함께 기소돼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 8월15일 광복절 특사 대상 후보군.

구자원 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구 전 부회장은 징역 4년을, 구 전 부사장은 징역 3년을 각각 확정판결 받아 복역 중이다. 두 사람의 만기 출소는 각각 오는 10월과 2017년 2월이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3년 4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담철곤 회장도 사면 대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조석래 회장과 이호진 전 회장, 장세주 회장은 이번 사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탈세·횡령·배임·위법배당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탈세 1358억원과 위법배당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고, 배임·횡령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조현준 효성 사장 역시 회사 돈 16억원가량을 사적으로 쓰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지만 1심 재판에서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조 회장과 조 사장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효성 측은 1심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외환위기 당시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었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재원·구본상·담철곤 거론, 날로 치솟는 기대감
조선업 부실 강덕수·CP사건 주범 현재현, 제외될 듯

이 전 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병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간암 판정을 받고 풀려났지만 실제 수감 일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사면 가능성이 낮다.

장 회장은 횡령·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중으로, 항소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현 전 회장과 강덕수 전 회장은 여론이 문제다.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된 현 전 회장은 형기를 절반도 못 채웠고, 사회적 파장이 컸던 ‘CP 사건’ 당사자라는 점에서 사면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전 회장은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대표 등과 공모해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상환능력이 없으면서도 1조3032억원어치의 CP(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9942억원을 지급불능 처리한 혐의로 지난 2014년 1월 구속기소됐다. 또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공모해 2014년 7월부터 9월까지 동양파이낸셜대부 등 다른 계열사가 동양레저 등 CP와 어름 6231억원어치를 매입토록 한 혐의도 받았다.

◆입맛만 다시는 현재현·강덕수

1심은 “1조2900억여원에 이르는 CP 등 회사채 사기발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4만명에 이른다”며 “업무상 배임, 횡령, 시세조종에 이르기까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획범죄”라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부도를 예상하고 CP를 판매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했고 대법원은 원심을 받아 들였다.

강 전 회장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 부실 문제의 책임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사면 대상에 오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전 회장은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아 석방된 상태다.

 

<광복절특사 후보군에 포함된 정치인은?>

광복절특사에 정치인 후보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상득 전 국회의원, 정봉주 전 국회의원, 홍사덕 전 국회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1억1400만원 선고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살고 나왔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로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살고 2012년 말 만기 출소했다.

홍 전 의원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들 정치인들은 대부분 형기가 끝났지만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사 또는 의원직을 잃고 공직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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