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펴지는 부활의 날개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10대 그룹이 일제히 지난해 성적표를 공개했다. 하나 같이 ‘겉모습’ 대신 ‘실속’을 챙기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물론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던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성과와 숙제를 돌아보며 앞날을 준비하는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대 그룹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1년 새 매출은 23조원 가까이 줄었지만, 대신 영업이익을 4조원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28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10대 그룹 소속 91개 상장사들의 제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69조8202억원으로 전년(66조870억원) 대비 5.6%(3조7332억원)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20조원 넘게 감소했다. 덩치를 줄이는 대신 영업 효율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매출은 1156조307억원으로 같은기간(1178조8731억원) 대비 1.9%(22조8424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5,61%에서 0.43%포인트 상승한 6.04%를 기록했다.

◆겉보다 속

이처럼 외형보다 실속을 챙기는 경향이 가장 강했던 곳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 소속 16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조199억원으로 전년(7조9274억원) 대비 26.4%(2조925억원)나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123조3585억원으로 같은기간(146조6007억원) 대비 15.9%(23조2422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5.41%에서 8.12%로 2.72%포인트 상승했다.

SK그룹 식구들 중 가장 눈부신 반전을 보여준 곳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2014년 18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조97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완벽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사이 매출은 65조8607억원에서 48조3563억원으로 26.6%(17조5044억원) 급감했다. 덩치를 줄이는 대신 확실한 실리를 택하는 전략이 통했던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안정화되고 정제마진이 양호해 지면서 석유사업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확실한 ‘캐시카우’였던 SK텔레콤의 ‘정체’는 숙제로 남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포화 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같은 현상은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8251억원에서 1조7080억원으로, 매출은 17조1638억원에서 17조1367억원으로 각각 6.4%(1171억원), 0.2%(271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10.63%에서 9.97%로 0.67%포인트 떨어졌다.

10大그룹 영업익 69조8208억원…전년比 5.6%↑
매출은 1.9% 감소…외형 성장 대신 실속 택했다

GS그룹도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GS그룹 소속 6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763억원으로 전년(3305억원) 대비 528.2%(1조7458억원) 급증했다. 매출 역시 32조7463억원으로 같은기간(29조3707억원) 대비 11.5%(3조3756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5.22%에서 1.13%포인트 오른 6.34%를 기록했다.

그룹의 지주사인 ㈜GS의 실적 개선이 눈부셨다. 사실상 그룹 전체 실적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2014년 3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GS는 지난해 1조58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10조8661억원에서 12조3012억원으로 13.2%(1조4351억원) 늘었다. ㈜GS의 성적 상승 역시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석유사업이 개선되면서 자회사인 GS에너지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효과를 봤다.

롯데그룹 소속 9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도 1조9337억원에서 2조9963억원으로 55.0%(1조626억원) 증가했다. 매출은 56조1537억원에서 54조4918억원으로 3.0%(1조6619억원) 줄면서, 영업이익률은 3.44%에서 5.50%로 2.06% 올랐다.

이밖에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들은 ▲한화그룹 5176억원(1조2230억원→1조7406억원) ▲한진그룹 4900억원(5608억원→1조508억원) ▲LG그룹 3190억원(7조3273억원→7조6463억원) 등이었다.

◆여전히 ‘암울’

여전히 ‘불황의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곳들도 많다.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천문학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재계 순위 1, 2위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나란히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돼 위기감이 감돌았다.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3개 상장사는 2014년 487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45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64.5%(2조6377억원)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 단위’가 넘는 적자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역시 55조1460억원으로 같은기간(61조8138억원) 대비 10.8%(6조6688억원) 감소했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은 1년 새 2조5000억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을 제외하면 10그룹 중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폭이다. 삼성그룹 소속 15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조7082억원으로 전년(30조3002억원) 대비 8.6%(2조5920억원) 감소했다. 반면 매출은 316조4243억원으로 같은기간(314조9850억원) 대비 1조4393억원(0.5%)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9.62%에서 8.76%로 0.86%포인트 하락했다.

삼성그룹 역시 현대중공업그룹과 마찬가지로 관련 업종 기업의 대규모 적자가 뼈아팠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각각 1조6849억원, 1조61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 역시 삼성중공업은 12조8791억원에서 9조7144억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8조9115억원에서 6조4413억원으로 각각 3조1647억원, 2조4702억원 줄었다.

그나마 맏형인 삼성전자의 회복세가 위안이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5조251억원에서 26조4134억원으로 5.5%(1조3883억원) 늘었다. 매출은 206조2060억원에서 200조6535억원으로 2.7%(5조5525억원) 줄면서 영업이익률은 12.14%에서 13.16%로 1.03%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SK ‘함박웃음’…적자 탈출한 석유 산업의 ‘변신’
체면 구긴 삼성·현대車…해법 안 보이는 현대重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울상을 지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11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조2791억원으로 전년(17조364억원) 대비 10.3%(1조7573억원) 감소했다. 반면 매출은 240조8515억원으로 같은기간(232조3098억원) 대비 3.7%(8조5417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7.33%에서 0.99%포인트 하락한 6.34%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자동차 3인방’의 성적이 일제히 떨어졌다. 현대자동차는 7조5500억원에서 6조3579억원으로, 기아자동차는 2조5725억원에서 2조3543억원으로, 현대모비스는 3조1412억원에서 2조934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각각 15.8%(1조1921억원), 8.5%(2182억원), 6.6%(2066억원)씩 줄었다.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실적이 악화된 그룹에 꼽혔다. 포스코그룹 소속 7개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7528억원으로 전년(3조5355억원) 대비 22.1%(7827억원) 감소했다. 매출 역시 79조4067억원으로 같은기간(89조7194억원) 대비 11.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3.94%에서 3.47%로 0.47%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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