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신뢰 ‘치명타’…성장에 ‘제동’ 걸리나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해외 유명 브랜드 수입차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폭스바겐 조작’이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고, ‘에어백 결함’에 일본 대표 업체 도요타가 또 다시 대량 리콜을 결정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수입차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수입차에 대한 국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터지는 잇따른 악재에 과거 수입차의 가장 큰 무기로 꼽히던 ‘신뢰도’에는 흠집이 나고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확인’

국내에서 판매된 독일 폭스바겐의 구형 엔진 경유차(디젤차)에서 배기가스 조작 행위가 확인됐다.

하지만 신형 엔진을 장착한 차는 현재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하지 못해 추가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는 26일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문제의 EA189엔진(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주행중 배출가스재순환장치(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차량은 폭스바겐 그룹에서도 조작 사실을 인정한 모델이다. 정부가 구형 엔진 차량이 임의설정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크게 4가지다.

실내 인증실험 전 과정을 5회 반복한 결과 첫 번째 실험에서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정상 가동됐지만 두 번째 실험부터 해당 장치의 작동이 줄었고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자제어장치 데이터와 질소산화물 배출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실내 인증실험 과정 중 급가속 등의 조건에서 저감장치 작동이 중단됐고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표준인증실험 조건과 다른 가동환경을 부과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 실제 도로주행 실험에서도 미국의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저감장치가 작동을 안 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환경부는 임의설정이 적발된 구형 엔진 차량에 대해 판매정지와 리콜, 인증취소,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은 판매정지명령을, 이미 판매된 12만5522대는 리콜 명령을 내렸다. 과징금은 141억원을 부과했다.

▲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국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문제의 EA189엔진(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주행 중 배출가스재순환장치(저감장치)를 고의로 작동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엔진이 장착된 차종은 총 15개다. 제타 2.0 TDI와 Q5 2.0 TDI qu(2009년 인증), CC 2.0 TDI, 티구안 2.0 TDI(2009년 인증), 골프 2.0 GTD, 골프 2.0 TDI, 골프 1.6 TDI BMT, 티구안 2.0 TDI(2010년 인증), Q5 2.0 TDI qu(2010년 인증), CC 2.0 TDI BMF, 비틀 2.0 TDI, A4 2.0 TDI, Q3 2.0 TDI qu, 시코로 R-line 2.0 GTD, 파사트 2.0 TDI 등이다.

이번 리콜 명령에 따라 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 방안과 리콜 전후의 연비 변화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포함한 리콜계획서를 내년 1월 6일 이전에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구형 엔진과 달리 폭스바겐이 조작을 부인하고 있는 신형 엔진 차는 현재까지 임의설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추가 확인 작업을 거쳐 조작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EA288엔진(신형 엔진)이 장착된 차다. 유로 6 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 A3 등 4종과 유로 5 골프(신차) 1종이다.

환경부는 관계자는 “후속 모델인 EA288엔진이 장착된 유로 5 골프 치량과 유로 6 차량은 현재까지 임의설정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가 자료 확인 절차를 거쳐 임의설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폭스바겐, 포르쉐 3000㏄급 경유차를 포함해 현대·기아 등 국내에 경유차를 판매 중인 16개 제작사에 대한 검사도 병행한다. 조사는 내년 4월께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경유차 임의설정을 막기 위해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실도로 배출가스 검사를 대형차(3.5t 이상)은 내년 1월부터, 중소형차는 2017년 9월부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임의설정으로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부과 상한액은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임의설정을 한 자동차 제작사를 사법조치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련법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도요타, 161만대 ‘재리콜’

일본 대표 자동차 업체 도요타에서는 160만대에 달하는 ‘재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25일 다카타제 에어백 결함 문제로 비츠 등 22개 차종 총 161만2670대를 다시 리콜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이날 2004년 1월에서 2008년 12월 사이에 생산한 이들 차종을 무상 수리하겠다는 계획을 국토교통성에 제출했다. 도요타는 조수석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가스발생 장치를 무조건 교환하고 부품이 부족한 경우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이번 리콜은 닛산차에서 다카타제 에어백의 이상 파열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수리 방법을 바꾸면서 이뤄지게 됐다. 도요타는 5~6월 리콜했을 당시 가스발생 장치의 공기압이 떨어진 것부터 우선적으로 교체하고 그 이외는 부품을 확보할 때까지 사용을 허용했다. 그런데 비슷한 결함으로 리콜한 닛산차가 10월 추돌사고 때 이상 파열로 조수석에 있는 여성이 부상하자 재리콜에 나섰다.

다카타제 에어백 문제로 일본 국내의 리콜 대상 차량은 총 1171만846대에 이른다. 앞서 도요타는 지난 18일 변속기와 연료 장치의 결함을 이유로 44만3460대를 리콜했다.

리콜 차량은 2006년 9월에서 2013년 8월 사이에 생산한 10개 차종이다. 이중 2006년 9월~2008년 10월 제조한 코로라 필더와 다른 6개 차종 34만6199대는 설계 불량으로 변속기 고무 부문에 파손 위험이 있다. 2009년 6월~2013년 8월 생산한 렉서스의 사이와 HS250h 하이브리드 모델 9만4194대는 연료 펌프 문제로 리콜했다.

아울러 도요타는 2009년 5~9월 제조한 이시스 미니밴 3067대에 대해선 파이프 부품 제조 실수로 연료가 샐 위험성이 있어 무상 수리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수입차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수입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돼 이같은 수입차 결함과 관련된 우려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2016년 수입차 판매량이 2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반야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진행된 ‘한국수입차협회 설립 2주년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수입차 업계가 질적인 성장과 함께 내실을 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무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약 20% 이상 성장한 23만5000대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올해 판매량보다 약 8.5% 늘어난 25만5000대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9만6358대를 차지했다. 올해 1~10월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선 19만6543대를 판매, 점유율 15.8%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선다. 점유율도 16%를 넘어설 전망이다.

▲ 윤대성(왼쪽)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설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올해 1~10월 시장현황을 보면 배기량 기준 ▲2000㏄ 이하가 55.1% ▲2000~3000㏄ 35.6% ▲3000~4000㏄ 6.3% ▲4000㏄ 이상 2.8% 등이었다. 연료 기준으로는 휘발유(97.8%)가 압도적이었던 2003년과 달리 디젤 차량이 늘었다. 올해 10월 기준 ▲휘발유 27.7% ▲디젤 68.4% ▲하이브리드 3.7%를 나타냈다.

수입차를 타는 연령은 30대가 37.7%로 가장 높았으며 ▲40대 28.5% ▲50대 17.4% ▲20대 7.6% ▲60대 7.0% 순이었다. 또 수입차 중 독일 브랜드(68.7%)가 압도적이었으며 ▲일본(11.7%) ▲미국(7.4%) ▲프랑스(3.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UV 증가세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17%에 불과했던 RV차량은 올해 10월 26%로 증가했다. 반면 세단은 2003년 83%에서 올해 10월에는 74%로 감소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한국수입차협회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SUV 차량은 빠르게 성장해오고 있다”며 “국내 SUV 점유율은 아직 낮지만 모험을 좋아하고 역동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SUV를 선호하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디젤차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전무는 “디젤차의 가파른 성장세는 둔화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디젤차 성장이 계속될 듯 보이지만, 최근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라키스 부회장은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며 “이런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에서 표준화된 도로 인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가스 규제 관련)실험실 기준의 테스트 툴을 실제 도로 주행 조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며 “다만 특정 업체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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