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채용에 등장한 ‘추천인’ 취업 비리 의혹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대신증권이 3년 만에 진행한 공채모집에서 수상한 입사지원서가 발견됐다. ‘추천인’을 적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내부인사와 관련된 인물을 채용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 사측은 “단순 참고용”이라고 밝혔지만 사회 각계에서 ‘금수저’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터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신입사원 공채 및 전문 계약직 특채를 진행했다. 영업직과 IT직으로 나눠 신입 직원을 모집했고, PB(자산관리)·리서치 직에 대한 전문계약직 채용도 진행했다.

◆ 혼란스런 취준생

대신증권 공채 소식이 전해지자 취업준비생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증권업계 불황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이 인력 충원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도 3년만에 공채를 실시하는 것으로 그간 수시 채용으로만 인력을 충원해 왔다.

취준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내 펜을 내려놓아야 했다. 입사지원서에 기재돼 있는 ‘추천인’란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추천인의 성명은 물론, 지원자와의 관계, 관련 사항과 연락처를 쓰게 했다. 내부 직원 자녀나 지인 등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취준생들은 ‘멘붕’상태에 빠져들었다. 취업관련 커뮤니티 내에선 ‘누구를 추천인으로 적어야 되냐’는 의견부터 시작해 ‘추천인이 없을 경우에 받는 불이익은 무엇인지’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이런 서류는 처음 본다. 추천인을 기입하게 돼있는데 어떻게 해서든 채워 넣어야 되나”라며 “추천인란에 누구를 적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추천인란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추천인을 적지 못했을 경우 자신이 취업을 위해 쌓았던 ‘스펙’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신증권에는 낙하산이 있다고 들었다”며 “추천인란은 아마도 대신증권에 아는 사람이 있을 경우 지인을 통해 평가하겠다는 뜻이거나 가점을 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는 의견을 남겼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이라는 것은 돈과 관련됐기 때문에 채용자 주위의 배경을 이용해 영업에 활용하려고 하는 목적이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인사반영 없는 단순 참고용” 해명
뜻밖의 배경조사, 취준생 ‘멘붕

이에 대신증권 관계자는 “지원자를 추천할 사람이 사외나 사내에 있는지 단순히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라며 “필수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공란으로 제출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대신증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추천인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내 직원 중 고위급 임원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을 추천인란에 적을 경우 확인 절차를 따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신증권에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직원 중에 상위 직급, 특이사항이 있는 사람 등을 쓸 경우 확인 작업을 한다고 들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자가 추천인을 적었을 때 확인 작업까지 한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지원자를 뽑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신증권 관계자는 “단순히 개인의 의견일 뿐이지 사실과는 다른 것이 많다”며 “따로 확인절차를 거쳐 인사에 반영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대신증권의 추천인 기재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3년 전인 2012년 입사지원서에도 ‘추천인’란으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대신증권에 입사원서를 낸 적이 있다는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에도 입사지원서에 추천인란이 있었는데 공란으로 비워두기 껄끄러웠다”며 “영업 창구에 찾아가 직원 이름을 빌려 적었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대신증권은 입사지원서에 기본 인적사항 외에도 흡연여부까지 필수 사항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조 대표는 “금융사들이 개인별 평가보다는 주변 평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취업준비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조직과 사회가 직접 나서 줄여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채용에서 실망감을 줄 수 요인은 기업 스스로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실적개선

한편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실적악화를 거듭했던 대신증권은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개선에 나섰다. 대신증권의 올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순이익은 1178억원으로 전년동기(276억원)대비 326.8% 증가했다. 이는 올 상반기부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식투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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