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금융권의 성과주의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은행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봉제식 임금체계가 은행권의 고임금과 저생산 등을 부추기는 다양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의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과주의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단일 호봉제’를 바탕으로 한 고(高)임금 급여체계를 성과제로 손보기로 하면서부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권 경영인들과 가진 ‘한국금융연구원 조찬 강연회’에서 “금융권이 보신주의적이라는 말을 듣는 게 제일 싫다”며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켜 업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으로 시장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은행권의 고임금 문제가 수술대에 오르내린 것은 한두 해 일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굵직한 금융 불안이 생길 때마다 은행권의 고임금은 화두에 올랐다.

당시 은행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높은 임금을 받아가는 은행권에 곱지 않은 시선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은행권에서는 임원 연봉 삭감이나 경영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임금 구조의 체질이 바뀌진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주로 근속연수가 오를 수록 급여가 오르는 연공형 호봉제를 기반으로 직무 성과급이 일부 결합된 혼합형 호봉제를 사용하고 있다보니 전체의 임금 수준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볼 때 금융 산업의 경우 지난해 기준 139.4% 수준이다. 금융권 근로자들이 40% 정도 임금을 더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7곳의 직원 연평균 급여는 7900만원, 남성 평균은 1억100만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직무 성과와 무관하게 증가하는 호봉형 임금체계가 은행들의 비용 부담으로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을 조기 퇴직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정규직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비정규직 고용이나 특수 형태의 업무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은 더 위협받을 확률이 크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와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체계를 성과제로 바꾸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은행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자칫 과다 실적경쟁으로 이어져 은행의 부실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성과제를 도입하는 것도 논의가 쉽지 않은데 임금구조 체계를 아예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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