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 중금리? 이름만 서민상품…실상은 대부업

[파이낸셜투데이=성은아 기자] 저축은행들이 내준 신용 대출 4건 중 3건 이상이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중금리대 ‘서민신용대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금리가 30%를 넘어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최대 금리에 육박하는 상품들도 수두룩했다. 이에 ‘금융 약자’들의 피해만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상품별 대출금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들이 운용 중인 가계 대상 신용대출 상품 61개 중 금리가 20%를 넘는 상품은 47개로 전체의 77.0%를 차지했다.

이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가계에 빌려준 신용대출 중 3/4 이상이 20%가 넘는 ‘고금리 상품’인 셈이다. 구간별로 보면 금리 30% 이상이 12개, 20~30% 사이는 35개였다. 반면 20% 이하로 ‘중금리 상품’으로 볼 수 있는 사례는 14개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대출 금리가 가장 높았던 상품은 현대저축은행의 ‘세이빙론’이었다. 해당 상품의 평균 금리는 33.4%. 현재 법정 최고 금리인 34.9%에 고작 1.5%포인트 모자란 것이다. 이름만 저축은행일 뿐 사실상 대부업체 수준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SBI저축은행의 ‘스피드론’이 32.5%, 현대저축은행의 ‘뉴스타일론’이 32.3%의 평균 금리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세람저축은행의 ‘세람신용대출’은 8.3%의 금리로 가장 낮은 평균 대출 금리를 기록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처럼 실제로는 높은 금리로 상품을 운영하면서 외피만 중금리 상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축은행들이 가장 낮은 이율을 적용한 일부 상품을 바탕으로 서민금융대출을 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이 소비자의 직접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조 대표는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은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로 저축은행들의 중금리라는 말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며 “저축은행의 꼼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