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저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방 4개가 딸린 신축원룸 401에 전세를 2년째 살고 있습니다. 2013년 7월 10일 전세계약 당시 보증금으로 2억원을 걸었고 그달 20일에 이사하자마자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이 건물에는 저를 포함해 총 9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근저당과 가압류 등이 얽히고설켜 있었습니다. 최초 근저당은 2012년 9월 30일에 4억2000만원이 설정됐습니다. 이어 2013년 4월 16일에 1억5000만원의 근저당이 다시 설정이 됐습니다. 근저당 외에도 임대차 계약에 앞서 총 1억1500만원의 가압류가 3건 더 설정됐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9세대 중 순서상으로 제가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즉 제가 작성한 계약서를 그대로 법원에 제출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집 주인은 방마다 계약서를 다시 써서 법원에 제출하면 좋다고 해서 방마다 7000만원씩, 계약일자는 본래 계약서 날짜(7월 10일)대로 계약서를 임의로 다시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과연 제가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받을 수 있다면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 윤선정 법무법인 정동 변호사

상담자 분의 경우 본인의 임대차 계약에 앞서 설정된 담보와 가압류 등의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보증금 2억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방마다 7000만원으로 보증금을 수정한 후 본래 계약서 날짜로 소급해서 계약서를 임의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 이유는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를 받고자 한다는 것인데 과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건물에 관해 보증금 중 일정액에 한해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민법에 대한 특례를 구성한 것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소액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에 대해서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임차보증금이 임차인에게 전 재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사회보장적 측면이 강합니다.

만일 목적물에 기존의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방마다 보증금을 7000만원으로 낮춰 서류상으로만 새로 체결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이미 임의경매 개시결정이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 경우 임대차 계약의 주된 목적이 주택을 사용수익하려는 것이 아닌 소액임차인으로서 보호받아 선순위 담보권자(임차인보다 선순위인 근저당권자들)보다 우선해 채권(보증금)을 회수하려는 의도이므로 이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소액임차인으로서 배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채권자들이 배당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배당금액이 다시 조정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깁니다.

채권자들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을 때 앞서 배당받은 임차인은 피고가 되는데 이때 자신이 진정한 소액임차인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임대차 계약의 목적이 건물의 사용, 수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자신의 채권을 최우선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차인이 계약서 작성 당시 부동산 중개인 등과 같이 제3자를 통해 거래를 한 것인지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작성된 것이지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상담 사례의 경우 근저당권이나 계약 체결 전 가압류 등기 설정 여부는 등기부등본 확인을 통해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자료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건물의 특성상 다른 세대들 역시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을 것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새로이 작성된 임대차 계약서에 기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써 보호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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