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만 가면 초라해지는 뒷모습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국내 생명보험 업계의 독보적인 1위 삼성생명이 해외로만 나가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계열사들은 수년 째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히는 김창수 사장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고 있다.

◆ 이어지는 손실

국내 보험 가입률이 60%에 육박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자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일찍이 태국, 중국 등으로 진출해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타이 삼성생명, 중항삼성 등 해외 법인들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 태국 합작법인 타이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1억원 적자로 2013년(-183억원)에 비해 손실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엔 실패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561억원으로 전년(529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도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타이 삼성생명의 부진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삼성생명이 7억바트(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 계속되는 적자로 줄어든 자기자본을 이를 통해 충당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유상증자는 삼성생명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태국 현지에 설립된 2개의 페이퍼컴퍼니와 함께 진행했다.

삼성생명은 2013년 1월 351억원을 투입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SSI Capital Holding와 Park Capital Holding를 설립했다. 태국 당국이 2013년 2월부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현지 보험사의 외자계 출자 지분율을 49%로 제한한데에 따른 조치다. 페이퍼 컴퍼니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기존 외자계 출자 지분율은 떨어지고 페이퍼 컴퍼니의 지분은 태국 현지법인의 지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생명은 보유한 지분 외에도 SPC를 통해 간접적으로 타이삼성생명의 지분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합작법인과 협의가 필요하고 각 나라마다 규제가 있어 성장이 더디다”며 “확장을 할 때마다 인허가를 받기 때문에 손익은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삼성에 대한 독자 경영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확대를 선택했다”며 “사명을 시암에서 타이로 변경한 것도 진출국가의 대표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중국항공이 2005년 설립한 중국법인 중항삼성 역시 10년 연속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항삼성이 발표한 2014년 실적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은 96억원으로 2013년(121억원) 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타이 삼성생명·중항삼성 수년째 ‘적자의 늪’
‘해외통’ 김창수 사장, 빛바랜 과거의 영광

하지만 신규 방카슈랑스 상품의 해약률도 높아 상당한 자금이 해약금으로 빠져나갔다. 지난해 해약금 규모는 전년보다 109.8% 늘어났다. 또 2013년과 비교해 적립식(분할납부) 보험의 비율은 4.7% 줄었다.2014년 중항삼성의 영업수입은 큰 폭으로 늘었으나 방카슈랑스 상품의 높은 해약률 때문에 손실폭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중항삼성의 보험 영업수입은 거치식(일시납) 방카슈랑스 신상품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92.0% 증가했다.

지난해 중항삼성의 보험 영업수입은 6억4600만위안(약 1112억5400만원), 책임준비금은 4억 3300만위안에 달했다. 책임준비금 비율이 전년 대비 166.9% 늘면서 위험기준 자기자본율이 154.6%까지 내려갔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위험기준 자기자본율이 150% 미만이면 재무구조가 위험한 보험사로 구분하고 있다. 위험기준 자기자본이란 각종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사가 관련 규정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본이다. 위험기준 자기자본율이 150%에 근접하면서 중항삼성의 자본금 보충 압박도 커졌다.중항삼성이 지난해 책임준비금을 큰 폭으로 늘린 것도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책임준비금이란 보험회사가 장래의 보험금 지급 청구, 해약금 등 계약상 책임이행을 위해 회사 내부에 적립하는 자금을 말한다.

삼성생명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중국은행(BOC)과 신규투자를 확정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타이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말 BOC가 자회사인 중은보험을 통해 중항삼성에 신규 출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분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분 출자비율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법인인 북경삼성치업유한공사는 삼성생명이 중국 부동산 개발·임대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억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29억원)대비 46.28% 감소했다. 반면 재무건전성은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경삼성치업유한공사의 지난해 부채는 44억원으로 전년(4000만원) 대비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임대수익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 ‘해외통’ 무색

현재 삼성생명의 수장인 김 사장은 삼성화재 사장 재임시절 중국에서 자동차 책임보험 직판허가를 따내면서 ‘해외통’임을 입증한 바 있다. 해외 판로를 키우며 리더십을 단련시켰던 것. 하지만 이처럼 김 사장의 해외시장 공략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무리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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