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출혈리그’ 어디까지?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부동산 중개 앱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방과 직방, 방콜 등 관련 앱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러한 성장 동력에는 업체들의 마케팅이 한몫했다. 기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선두 유지를 위해 마케팅에 열을 내고, 신규 업체들은 중개업체 광고비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까지 점유율 확장에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 하지만 이들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출혈’경쟁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전·월세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부동산 정보시장 전체에서 모바일 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월세의 비중이 높아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너도나도 진출

부동산 중개 앱 시장은 2012년 채널브리즈에서 ‘직방’이라는 앱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전국에 등록된 원룸·투룸·오피스텔의 사진과 정보, 보증금, 월세 수준 등을 제공했다. ‘직방’이 인기를 끌면서 2013년에 스테이션3가 ‘다방’을 선보였고 이어 교차로, 부동산114 등의 거대 부동산 업계까지 ‘다락방’과 ‘방콜’을 선보이며 합류했다. 현재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는 100여개가 넘는 부동산 중개 앱이 등록돼 있다.

이렇게 많은 부동산 중개 앱이 생기면서 파이는 커졌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업체들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채널브리즈의 ‘직방’은 70%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200억원대의 투자금을 마련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2위 업체인 ‘다방’은 지난 1월 벼룩시장의 모회사인 미디어윌에 인수 되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유명 여자 아이돌그룹 멤버를 광고에 전격 발탁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광고 공세를 퍼붓고 있는 상황. 다방 관계자는 “미디어윌과의 합병으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며 “마케팅 규모는 상반기를 기준으로 30~40억원으로 책정돼있다.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활용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방콜’과 ‘두꺼비세상’ 등 후발업체들은 다른 전략으로 추격하고 있다. ‘방콜’의 경우 중개업소 유치와 좋은 물건 확보를 위해 상반기까지는 광고비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두꺼비세상’은 중개수수료 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인중개사들이 물건마다 10~99%의 중개수수료 할인율을 미리 제시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가령 1억4400만원의 빌라를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72만원이지만 99%할인을 받을 경우 7128원만 지불하면 된다. 유광연 두꺼비 세상 대표는 “펀딩작업을 진행 중으로 오는 5월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혈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 업체들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적자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직방 관계자는 “매출액과 마케팅 비용은 지주들의 허락이 있어야 공개할 수 있다”며 “자세한 사항을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마케팅이 매출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현재 수익은 마이너스다”라고 답했다. 두꺼비세상 홍보 관계자는 “매출액보다 마케팅 비용이 큰 게 현실”이라며 “아직까지는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마케팅에 업계 등골휘어
중개업자 유치에 무료등록

◆불똥은 소비자에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 서비스를 헐뜯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최근 부동산 앱 분야의 1·2위인 직방과 다방을 앱장터에서 제외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허위 이용자를 동원해 자사 앱에 대해서는 평점을 높게 주고, 경쟁 앱은 낮은 평점을 매기는 식으로 인기 순위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허위매물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업체에 가입돼있는 중개업체의 노출순서를 아래에 배치하는 등 패널티를 주는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쟁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해 노출순서를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행위가 보인다”며 “경쟁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종용하고 불가능할 때는 위약금을 대신 준다고 회유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직방 관계자는 “경쟁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차별이 아닌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라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매물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경쟁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고 있다. 업체들의 무분별한 중개업소 모으기에 비양심적인 중개업자들이 아무 문제없이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저렴한 미끼매물을 던지고 소비자를 유인한 뒤 해당 매물이 소진됐다며 다른 거래로 연결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은 모바일 앱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앱 업체들도 허위매물 근절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방의 ‘헛걸음 보상제’는 허위매물을 내놓은 중개업체를 신고하면 보상해주는 제도인데, 조건이 까다로워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방문 당일 방을 볼 수 있다는 등록자와의 통화내용 ▲해당 방을 상담한 중개사 명함 ▲직방에 등록된 방과 실제 방 구조가 다른 경우 실제 방 사진 ▲가격이나 조건이 다른 경우 이를 증명하는 녹음파일이 필요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업체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확인하고 저렴하거나 수수료가 없다고 덜컥 계약해서는 안된다”며 “부동산 앱을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되 거래나 투자 의사를 결정할 대는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온라인 부동산정보업체 간 자율제약도 부적절한 사업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했다”며 “모바일 업계도 사업자들간 이같은 제약을 만들어 지킨다면 정보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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