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저는 2013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빌딩의 세입자로 입주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당시 부동산 중개인은 재건축 걱정은 말라며 월세만 제때 내면 10년 넘게 장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고 퇴직금 등 전 재산 3억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제가 임차한 빌딩은 역세권에 위치한 10평 남짓인 가게였습니다. 권리금 1억6000만원과 보증금 5000만원, 개조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 7000만원, 월세는 관리비 포함 250만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 단위 재계약은 2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건물주가 돌연 4층(지하1층 포함)인 건물을 17층으로 재건축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계약당시 월세만 제때 내면 10년이든 장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건물주는 “법대로 하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가게를 얻기 위해 퇴직금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보태 돈을 마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아내와 딸은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가족 모두 가게 운영에 매달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이 가게는 완전 생계형 수단인데 일이 이렇게 되니 정말 막막합니다.

 

▲ 김창환 나무법무사합동사무소 소속 법무사

안녕하세요. 김창환 법무사입니다.

상가임대차와 관련해 세입자들의 피해사례가 잇따르자 최근 국회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혹자는 허술한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손톱 밑 가시’로 빗대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말 많고 탈 많은 법을 손보고자 지난달에는 서울시까지 나서 상가임차인들의 최소 계약기간 보장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는 안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상가임차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주인인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하고 ‘그만 나가달라’는 일들이 최근 들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앞두고 상가 임대인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임차인에게 과도하게 월세 인상을 요구하거나 재계약 체결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임차인에게 5년간 갱신 요구권을 주는 동시에, 임대인에게는 이러한 상가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에서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중 과거에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의 상가임대인은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을 할 경우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조항이 개정되기 전에는 건물주가 세입자가 영업하고 있는 상가 건물을 철거하나 재건축을 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조건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판례(대구지법 2008.7.22. 선고 2008나8841 선고 판결)도 ‘비록 건물이 노후하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임대인은 철거나 재건축을 위해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가 상가를 재건축한다며 나가라고 해도 세입자로서는 마땅히 손 쓸 방도가 없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습니다.

급기야 이 조항은 지난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카페 운영자인 A는 2010년 7월 B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대했습니다.

하지만 2년도 채 안 돼 건물주 B는 건물을 철거하고 다세대 주택을 짓는다며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했습니다.

A는 “카페 개업 당시 5년 이상 계획을 가지고 시설투자를 했고 계약기간 3년을 요청하자 건물주 B가 걱정 말라고 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어기고 계약 만료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이마저도 불가능해지자 A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등이 임차인의 재산권 및 생존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건축 사유 및 갱신거절권 행사시점 등이 분명히 규정돼 있지 않아 임대인에 의해 남용될 여지가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이나 법익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세입자의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주가 상가를 재건축할 때는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퇴직금과 담보대출까지 얻어 온 가족이 공들여 키운 가게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사정은 정말 안타깝지만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상담자 분이 보호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좁아 보입니다.

결국 상담자의 경우처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건물주의 갱신거절권 행사가 정당한지’에 대해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이외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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