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새로운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고재호 현 사장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가운데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직원 휴게실 보완을 수차례 요구하던 노조가 앙심을 품고 고위위원 사무실에 침입, 사무실 집기를 들고 나와 사측이 업무방해를 이유로 노조를 경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6일 <파이낸셜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내무문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조집행부 사무국장 A씨는 회사 내 휴게실이 낙후됐다며 고위 임원 B전무에게 3차례에 걸쳐 메일로 개선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고 A씨는 노조를 무시한다며 노조원 7명과 함께 지난 6일 B전무 사무실로 난입해 B전무 의자 1개와 회의용 의자 7개 등을 들고 나와 현장 휴게실과 노조 사무실에 배치했다.

B전무는 모욕감과 함께 명예가 훼손됐다며 거제경찰서에 주거침입 및 업무방해죄로 A씨 외 7명을 고소했다.

문건에 따르면 의자를 돌려달라는 B전무와 회사 측의 요구에 자신들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사장 연임을 방해하겠다고 맞섰다. 사건은 B전무의 사과로 노조가 의자를 돌려주고 사측은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 됐다.

사내에서는 강력한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내부 관계자는 “회사가 사장 연임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조와 고위임원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어 개탄스럽다는 반응이 퍼지고 있다”며 “이전투구식 다툼에 대해 회사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체적인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노조가 최근 적극적인 활동을 재개한데다가 A씨가 젊은 편이라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다가 ‘욱’한 것 같다”며 “서로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휴게실, 화장실, 식당 등 복지시설이 너무 낙후돼 이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B전무에게 메일을 보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움직임이 없어 항의 차원에서 의자를 들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B전무의 의자를 제외한 나머지 의자는 사측에서 바로 찾아갔고 B전무 의자는 다음날 바로 돌려줬다”며 “사과까지 하고 고소를 취하한 마당에 ‘젊어서 그랬다’ ‘욱해서 그랬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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