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소비자기만’…적반하장식 대응 ‘분통’

▲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영등포점.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배효주 기자] 홈플러스에서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이 빗발치는가 하면 홈플러스 본사인 테스코가 극심한 경영난까지 겹쳐 안팎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짝 추위가 잠시 수그러진 지난 12일 오후 3시, 개인정보 불법 유출, 매각설, 짝퉁 브랜드 제품 판매 등 각종 구설수로 바람 잘날 없는 홈플러스를 찾았다. 홈플러스 주력 매장 중 하나인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영등포점은 화려하고 거대한 외관과 달리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1층 의류·잡화 매장 한가운데 펼쳐진 할인 매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주부들이 눈에 들어 왔다.

지난해 홈플러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 외국계 브랜드 운동화 일부가 짝퉁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던 모습과 오버랩 되며 할인 제품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주부들에게 다가갔다.

아동복 할인 코너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40대 초반의 주부 임 모씨는 “할인 매장이라고 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다른 제품에 비해서 가격이 더 저렴한 것 같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논란이 됐던 홈플러스 짝퉁 브랜드 제품 판매 논란에 대해 기자가 묻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곧이어 “안심하고 믿고 살 수 있는 게 없다”며 “차라리 백화점이나 본사 매장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브랜드 스포츠용품 매장 직원들은 짝퉁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식스 매장 직원은 “우리도 홈플러스 짝퉁 논란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제품은 온라인상에서 판매된 위조 제품일 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100% 진품만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불법 매매 모자라 ‘짝퉁’ 상품까지
‘해도 해도 너무’…정보 1건당 1980원 챙겨

◇ 짝퉁 팔고 배짱…교환 ‘불가’

최근 경품 사기와 개인정보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홈플러스는 짝퉁 외국 브랜드 운동화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15일 녹색소비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 모씨는 홈플러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10만3000원에 구매했지만 이 제품이 상표를 위조한 ‘짝퉁’ 운동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제품의 조악한 바느질과 로고가 진품과 다르다는 의심을 품었고, 곧바로 문제의 제품을 특허청에 확인을 의뢰했다. 특허청이 미국 나이키 본사로 제품을 보낸 결과, 나이키 본사는 ‘가짜 제품’이라는 최종 감정 결과를 통보했다.

이 씨는 특허청을 통해 위조 제품임을 확인한 뒤 홈플러스 측에 항의했지만 홈플러스는 도리어 납품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하며 제품 환불과 교환을 거부했다.

나이키 본사가 가짜라는 걸 확인했는데도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짜 상품에 대한 책임은 납품업자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피해 보상을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불신과 비난 여론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소비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홈플러스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참여자를 지난 4일부터 모집하고 있으며 다음 아고라에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에 이어 거액의 집단 소송까지 당할 것으로 보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광균 녹색소비자연대 변호사는 “홈플러스의 비윤리적 경영행태와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홈플러스에 법적인 제재 조치를 가하기 위해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품행사로 얻은 정보 ‘매매’

홈플러스의 후안무치한 불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2400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여러 보험사에 불법으로 팔아넘겨 막대한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참여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1억7000여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고객 정보 1건당 2000~4000원에 팔려나간 꼴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을 원치 않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팔아 이득을 챙겼다.

더 나아가 홈플러스는 회사 차원의 전담팀까지 꾸려 조직적으로 고객의 개인 정보를 팔아 넘겼다. 담당 부서인 홈플러스 보험서비스팀은 전체 매출의 90% 가량을 이 같은 ‘개인정보 장사’로 채웠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개인 정보를 ‘사기 경품 행사’로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외제차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행사를 벌였지만 1, 2등 당첨자는 당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78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경품 행사의 경우 해당 다이아몬드는 국내에 들여오지도 않은 제품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앞서 2012년에는 고가 수입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 행사에서 내부 직원이 주관사와 공모해 자신의 친구가 1등에 당첨되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등 경품에 당첨된 친구와 직원은 자동차를 처분하고 현금화해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1일 방문한 홈플러스 영등포점 1층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의 한적한 모습.

창사 이래 최대 위기…불매운동 확산 일로
잇따른 악재 돌파구…‘매각’마저 쉽지 않아

◇ 불매운동 확산

홈플러스의 잇따른 사기행각에 ‘뿔난’ 소비자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점에서 불매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17일까지 전국 홈플러스 지점에서 불매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10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홈플러스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전국 지점에서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불매운동은 고객의 정보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비윤리적인 홈플러스의 행위와 관련, 소비자 스스로가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홈플러스는 대국민 사과뿐 아니라 조속한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매각’에 얼빠진 홈플러스

해당 사건들로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홈플러스의 몸값이 낮아져 손실이 막대할 것 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지난달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가 수익성이 낮은 43개 점포 문을 닫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용 감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매각설이 불거져 나온 바 있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CEO가 모든 해외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홈플러스의 매각설은 유보 됐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매매 사건을 계기로 유통업계 일부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을 확신하고 있다. 매각 때문에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아닐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가 홈플러스 매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홈플러스의 영업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매각설이 구체화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엉망이 된 것” 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테스코의 신용등급도 올해 초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그룹 회장이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지만, 등급강등을 피하진 못했다.

잇따른 악재로 연초부터 구설이 끊이지 않는 홈플러스 매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전체 매각 대금이 최소 5조~7조원대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체된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7조원 몸값의 홈플러스를 선뜻 인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

일단 인수할 경우 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롯데와 신세계는 홈플러스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홈플러스도 일괄매각이 아닌 점포별 매각으로 방침을 바꿨다.

앞서 테스코는 홈플러스그룹 내 3대 계열사인 홈플러스·홈플러스테스코·홈플러스베이커리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지만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개별 점포 매각으로 방침을 틀었다.

매각설만 돌고 상황이 진척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당분간 홈플러스는 매각설만 무성한 상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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