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적정가치보다 약 19%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최근 들어 저평가 정도는 더욱 빨라졌다.

19일 KB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기준으로 엔화 가치를 산출한 결과, 엔화는 적정가치보다 현재 19.1% 저평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엔화는 2012년 3분기 말까지는 8.3% 고평가로 분석됐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하면서 그해 말 0.9% 저평가로 급격히 돌아섰다.

지난해 말에는 2.7% 저평가 상태였고 올해 들어 저평가 정도가 심화됐다.

올해 상반기 말에는 2.9%, 3분기 말에는 10.3%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0년 이후 미국과 일본의 국채 10년 물 금리 차이를 바탕으로 엔화의 적정가치를 산출한 수치다.

분석 대상 기간인 2000년 이후 엔화는 현재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1.77%포인트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엔화 약세가 적정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13%,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0.36%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8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베 정권의 총선 압승으로 일본 당국은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엔화 약세 추세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베 정권이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개정 등 우경화를 추진하려면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며 “‘아베노믹스’가 한층 강화될 수 있으며 이는 최근 다소 주춤한 엔화 약세 기조를 다시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엔화는 약 40% 절하됐다. 최근에는 일본은행의 자산매입 규모 확대와 공적연금펀드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이뤄져 엔화 약세가 속도를 냈다.

다만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그 속도가 완화될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승리를 감안하면 엔화 약세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속도 측면에서는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초 센다이 원전이 재가동되면 에너지 수입 감소와 일본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엔화 약세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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