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展
오는 6월까지 호암미술관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 전경. 오른편에 걸린 그림이 '궁중숭불도'(조선, 16세기, 액자, 비단에 채색, 화면 46.5 X 91.4cm, 전체 122.0 X 78.5 X 3.5cm, 국립중앙박물관)다. 사진=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 전경. 오른편에 걸린 그림이 '궁중숭불도'(조선, 16세기, 액자, 비단에 채색, 화면 46.5 X 91.4cm, 전체 122.0 X 78.5 X 3.5cm, 국립중앙박물관)다. 사진=호암미술관

“처음 전시 아이디어를 낸 건 2019년이었습니다. 마침 미술계에서도 여성을 조명하는 여러 움직임이 일어났고, 현대 미술뿐 아니라 불교 미술에도 이런 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혜 호암미술관 책임 연구원의 말이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은 고미술 기획전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오는 6월 16일까지 연다. 동아시아 불교 미술을 살피고, 그 속에 담긴 한·중·일 3국 여성의 번뇌와 염원을 조망하는 세계 최초의 전시다.

전 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불화와 불상부터 자수에 도자기 등 불교 미술 걸작품 92건한국 미술 48건·중국 미술 19건·일본 미술 25건이 한자리에 모였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백제, 7세기 중반, 금동, 26.7cm, 개인 소장). 사진=호암미술관
‘금동 관음보살 입상’(백제, 7세기 중반, 금동, 26.7cm, 개인 소장). 사진=호암미술관

이 중 ‘금동 관음보살 입상’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은 국내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특히 일명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일본으로 반출된 뒤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신라 예술품 전람회 이후 95년 만의 국내로의 귀환이다. 일본인 소장자에게서 대여 형식으로 데려왔다.

또한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 세트의 일부인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를 일본과 독일에서 모아 세계 최초로 동시 전시한다.

전시는 불교 미술 속 여성상을 인간과 보살, 여신으로 나눈 1부와 여성이 미술품 바깥서 후원자와 제작자로 존재한 2부로 구성됐다. 여성을 교화시키고 길들여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본 과거의 시선을 살펴 보고, 고려 여성이 꿈꾼 이상적 내세와 유교 가치관이 지배한 조선 왕실 여성이 불교도로 살아간 것의 의미도 헤아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중 하나인 ‘궁중숭불도’도 있다. 불교를 엄격히 통제한 조선이지만, 왕실 여성은 이를 적극 지지했다는 증거인 전시품이다. 이 책임 연구원은 “종묘를 받들고 후손을 이어가는 일은 왕실 여성의 가장 큰 의무였다”면서도 “왕의 무병 장수와 아들을 비는 이들의 발원에는 기복祈福을 넘어서는 공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 제목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석가모니 부처의 말씀을 모은 최초의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 인용한 문구다. 불교를 숭배하고 불교 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한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었지만 그것에 물들지 않는 연꽃에 비유했다. 

기원후 1세기경 부처의 가르침이 동아시아로 전해진 이래 여성은 소원을 바탕으로 한 성취감과 이로 쌓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리는 기쁨을 배웠다. 이 책임 연구원은 “불교 미술을 보면 그 아름다움이 먼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금빛 너머에 존재했을 수많은 여성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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