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판단에 ‘정면대응’…들썩이는 증권가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현대로템이 1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금 폭탄’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로템은 국세청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정면 대응에 나서기로 했지만, 안 그래도 실적이 악화돼 가는 와중에 추징금까지 납부해야할 경우 내년 ‘적자전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번 돈을 고스란히 추징금으로 납부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증권가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추징금 981억3400만원을 통보받았다. 예정 납부 기한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현대로템은 “이는 예정고지세액 통지서상의 금액으로 부과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납세고지서가 정식 발부될 경우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의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였다.

◆ 적자전환 ‘위기’

현대로템은 올해 들어 극도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 거액의 추징금은 현대로템에게 있어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 3분기에만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51억원도 전년동기 대비 61.6% 급감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역시 390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71.7% 줄었고, 매출도 2조3156억원에서 2조2497억원으로 2.8% 감소했다.

추징금이나 과징금의 경우 당기순이익에서 차감된다. 현대로템이 국세청의 통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최종 추징금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부과된 추징금 규모는 올해 현대로템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보다도 약 630억원이나 많은 액수다.

증권가에서는 올 4분기 실적을 합해도 현대로템이 이같은 추징금을 넘어서는 당기순이익을 내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현대로템에 대해 기업리포트를 낸 국내 증권사 11곳이 예상한 현대로템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평균 638억원이다.

만약 현대로템이 법적 절차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국세청의 추징금을 납부하게 되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모두 잃는 셈이다.

이같은 추징금은 올해보다 사정이 나았던 지난해 당기순이익 1261억원과 비교해도 무려 77.8%에 달하는 규모다.

◆ 요동치는 증권가

증권가는 이미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장 공시 바로 다음날인 26일 대신증권은 현대로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낮춘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도 2만3000원으로 기존(2만7000원)보다 14.8% 내렸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26일 “현대로템은 법인세 980억원중 약 910억~930억원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소송을 진행시 추징금 납부여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전체 추징금 규모가 자기자본 비중의 5.5%에 해당하는 높은 규모기 때문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내년에 소송에 패해 930억원을 납부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2015년 지배 주주순이익이 5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이 최고의 스토리지만 패소로 인한 실적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로템 “국세청의 판단 잘못”

현대로템은 추징금에 대해 회계처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국세청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추징금 중 5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은 KTX 시험설계변경 납기일 지연에 따른 비용 부분”이라며 “당시 금액이 많아 바로 비용처리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세청은 해당 건이 소송으로 이어질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소송 이후 확정 금액을 가지고 비용처리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대로템 측은 결국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추징금의 나머지 부분은 원가 비용발생을 예상해 미리 비용처리 한 부분에 대한 것”이라며 “이는 먼저 내냐 늦게 내냐의 시각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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