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甲은 A(여)와 B(남)를 자녀로 두고 있다. 고령인 甲은 향후 자신이 병들어 치료를 받게 되면 성실히 간호하는 것을 조건으로 B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다. 하지만 B는 甲이 치매증상을 보이자마자 요양병원으로 보냈다. 그리고 甲이 요양병원에 머무른 1년 동안, B는 단 1개월 치의 입원비만 지급했을 뿐 일절 찾아가지도 않았다. 이를 알게 된 A는 B가 지급하지 않은 입원비를 모두 지급하고 일주일에 2∼3 회 甲을 찾아가 정성껏 돌보고 있다. A 혼자 계속해서 입원비를 부담하는 것이 어려워 B에게 입원비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B는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박성우 법무법인 천지인 변호사

민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甲이 의사 능력 정도에 따라 법원에서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선고(법률상 무능력자)를 받으면 후견인이 甲을 보호하고 재산상, 신분상의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3년 7월 1일부터 민법이 개정되면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다.

‘성년후견’은 법원이 직접 후견인을 선임해 노령과 질병, 장애 등으로 정신에 문제가 있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성인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맡기는 제도다.

따라서 A는 甲 또는 A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甲의 성년후견인으로 A를 선임한다’는 내용의 ‘성년 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하면 법원이 심리를 거쳐 A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이 경우 민법 제10조는 A는 甲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B가 甲을 부추겨 아파트 이외 재산을 이전받았더라도 A는 이 처분행위를 취소하고 甲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나아가 A가 甲이 B에게 한 증여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대해 민법 제558조에 따르면 증여계약 중 이미 이행한 부분은 해제할 수 없다고 정했다.

만약 증여 대상이 부동산일 경우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면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

그러나 甲이 B에게 위 아파트를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쳤더라도 甲이 한 증여는 甲을 성실히 간호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부담부 증여’에 해당된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부담부 증여'의 경우에는 민법 제 55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 7. 8. 선고 97 다2177)에 따르면 A는 甲을 대리해 B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A에게 대리권이 부여된 행위라고 하더라도 성년후견감독인이 있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증여계약의 해제는 부동산 또는 중요한 재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므로 위 성년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학 발달에 힘입어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노인과 같이 판단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만으로는 치매노인들의 복리에 관해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지적을 고려해 민법에 ‘성년후견제도’를 마련한 만큼, 치매 노인 등 정신적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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