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닿아 길이 되더니 길이 도리어 발걸음을 부른다.

[파이낸셜투데이]목적한 어떤 곳으로 가는 과정을 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길을 찾아 나선 것은 과정이자 동시에 목적인 셈이다. 돌담길 얘기다. 외갓댁 추억조차 아스팔트 도심에 두고 사는 ‘요즘 사람들’ 에게 돌담길은 아련한 추억보다 이색(異色)에 가깝다.

 걷다 보니 길이 되고 그런 길과 집을 구분하려 쌓아올린 돌담이 이제는 도리어 사람을 부른다.

이제 돌담길은 발길이 닿아 자연히 생긴 길에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태산준령(泰山峻嶺)이라는 경상도 별칭마냥 큰 산과 험한 고개 넘어 자리하고 있는 경남 거창 황산마을과 산청 단계마을, 고성 학동마을, 그리고 이 마을들과 친구 삼아 발길 허락할 곳을 소개한다.

여행객 손짓하는 경남 거창 황산마을,산청 단계마을·남사마을,고성 학동마을 옛 돌담길
옛 돌담길들, 자연이 생긴길에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탈발꿈

 “어데서 오셨는교~.” 돌담을 타고 구수~한 사투리가 전해진다. 어디서 왔냐는 이 말은 질문이라기보다 타지 사람에게 건내는 반가운 인사에 가깝다.

"어데서 오셨는교~" 에 대한 대답이 다름아닌 "안녕하세요.” 인걸 보면 말이다.

 납작하고 익숙한 나무접시 같은 황산마을 돌담길을 찾아 나선 길.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곳은 경남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황산마을이다.

마을 초입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은 단지 시골길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 싶다.

 나지막한 산세 덕분인지 황산마을 돌담길을 따라 걷는 길은 속이 깊은 밥그릇이 아니라, 납작한 접시 같다. 마을이 대체로 평탄해서다. 마을 동쪽의 호음천을 따라 마을 주택들은 대부분 햇볕 좋은 남동향을 바라보고 있다.

마을 북쪽에는 문 화재로 지정된 거창 신씨 고가(경남 민속자로 제 17호)가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집은 1927년 건립한 부농주택으로 전통 한옥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민박 가옥으로 지정된 곳도 있으니 하룻밤 묵으며 전통마을의 정취를 깊이 느끼는 것도 권할만 하다. 성인 장정의 키를 넘기는 담 높이에 두께 는 30㎝가량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황산마을과 신씨고가와 더불어 빼놓지 않고 감탄해야 할(?) 경관 중 하나는 돌담 사이에 기와를 이용해 꽃모양을 심어 놓은 것이다. 흙과 돌로 얼기설기 쌓은 담 속이지만 서민들의 미적 감각만큼은 어느 프랑스 예술가 못지 않다.

이황의 시조를 선창삼아, 노래가락이 절로 흥얼~수승대

황산마을 돌담길 투어에 함께 해야 할 또 한 곳은 수승대관광지다. 북쪽으로는 덕유산국립공원과 서쪽으로 금원산 자연휴양림이 감싸고 있는 이곳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그림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수승대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하지만 자주 회자되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거북바위다. 1543년 퇴계 이황 선생이 유림차왔다가 수승대(搜勝臺)라 이름 붙일 것을 권하는 사율시(四律詩)를 보내 서원을 짓게 됐다.

그리고 이 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요수 신권 선생이 거북바위옆면에 싯구를 새겨 놓은 것이 거북바위와 스승대 유명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싯구가 새겨진 이 바위는 거북바위라 불리는 만큼 측면에서 바라보면 몸을 낮추고 있는 거북과 닮아있다.

 주위의 소나무와 수승대 계곡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과 어우러져 수승대는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는 불교적 해석도 충분히 어울린다.

수승대는 4계절 언제와도 좋은 곳.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계절별로 계절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봄에는 나들이 장소로 여름에는 야외수영장 및 물썰매장, 가을에는 낙엽거리,그리고 겨울에는 눈썰매와 얼음스케이트장에서 한바탕 얼음지치기가 한창이다.

취사장,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년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20일 동안은 거창국제연극제가 수승대에서 열린다.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거창국제연극제는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아래로 아래로. 경상도 하고도 남도, 경상남도 하고도 아래로 아래로. 거창 황산 마을의 돌담길의 ‘친구뻘’ 되는 곳 은 경남 산청의 단계마을과 남사마을이다. 산청 단계마을은 등따습고 배부른 마을로 꼽혔던 곳.

 산청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 가옥으로는 1630년에 건립된 단계 박씨고가와 경남문화재자료 제120호인 권씨고가도 꼽힌다.

단계마을 돌담의 특징은 까치발을 하고도 안팎을 들여다 볼 수 없을 만큼 높다. 돌담이라기보다 토담에 가깝다.

도로의 상당부분이 시멘트길로 정비돼 있어 시골길의 보송보송한 흙밟는 맛은 떨어지지만 시야보다 한참 높은 돌담의 넝쿨만큼은 예술이다.

특히 이곳 단계마을은 1983년 ‘한옥형 소도읍가꾸기 사업’ 을 시행해 전체 경관도 한옥에 맞게 정비돼 있다. 덕분에 자연경관과 더불어 일체된 분위기의 전통 한옥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단계초등학교 교문과 동사무소 정문이 한옥으로 조성된 게 단적인 예다.

거문고 소리 같은 청아함 산청 남사마을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예고한 돌담길은 아니지만, 산청에는 거문고 소리같이 청아함을 간직하고 있는 돌담길이 있다. 이곳에서는 돌담도 돌담이지만, 돌담 안쪽의 산청 남사마을 자체를 느껴 볼 것을 권한다.

기자가 하루를 묵은 곳이기도 한 산청 남사리 최씨 고가 사양정사 (사양정사(泗陽精舍)는 연일 정씨 선조의 위패 를 모신 재실로 "사양정사" 라는 말은 사수천의 남쪽이라 는 뜻)는 건물 자체가 주는 운치가 가을밤처럼 깊다. 건축학도들이 카메라 하나 메고 방문해 공부할 정도.

우선 건물 자재인 느티나무 기둥은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감싸안았는지 왁스칠이라도 한 마냥 반질반질하다. 이중으로 된 방문의 조각과 장식들이 섬세하고 고풍스럽기도 매한가지. 사랑채는 정면 다섯칸과 측면 세칸 규모로 앞뒤 툇간이 있으며, 팔작지붕 건물이다. 현재 연일 정씨 후손이 거주하며 관리하고 있다.

남사마을은 예로부터 선비와 명문가들이 많이 살았던 남사마을은 앞서 언급한 최씨 고가(경남 문화재자료 제 117 호), 이씨고가(경남 문화재 자료 제 1 18호), 이사제(경남문화재자료 제 328 호)를 비롯해 여러 문중의 고가들이 고 즈넉하고 단아한 고가의 품격을 보여준다.

남사마을에서는 서당체험, 염색 체험 등을 비롯한 민속체험들과 고가에서 민박이 가능해 가족 단위 여행객 , 체험교육장으로 손색없다

경남의 마지막 돌담길 코스는 고성 학동마을이다. 행정구역상 경남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다. 학동마을은 1670년 경 전주 최씨의 선조가 맨처음 입촌해 지 지금까지 약 32년간 마을을 형성해 거주했다. 마을의 지세는 마을 뒤 수태산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산이 있으며, 마을 앞은 좌이산이 솟아 있어 “좌청룡 우백호” 의 지세에 학이 양날개로 마을을 품에 안은 듯한 현상을 하고 있다.

학동마을은 본래 기와집이 많았던 마을인데, 초가지붕은 1970년대 새마을사업으로 기와로 개량된 곳이 많다. 학동마을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돌담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퇴적암판석(납작돌,두께 2~5 ㎝)과 퇴적암 풍화도양인 화토를 결합해 담장을 만든 것. 고성학동마을에서 문화재로 등록된 고가는 문화재자료 제 178호 고성학림 최영덕 고가다.

학동마을에서 칠순나이만큼 오랜 세월 생활해 오신 할머니 한분은 흐드러지게 떨어진 불두화(佛頭花)잎 을 쓸며 “내가이렇게 할라꼬 한게 아이라~” 라며 혀를 끌끌 차셨다.

집안의 돌담 일부를 시멘트로 보수 한 것을 내내 마음에 두고 계신 듯 했다. 하지만 시멘트로 보수된 부분을 제외하면 고성학림 최영덕 고가를 포함, 학동마을의 돌담은 독특한 돌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돌담이 아닌, 오직 돌만 쌓아만든 돌담이 보존돼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고성에서 공룡빼면 팥없는 찐빵 경남 고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룡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공룡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남 고성이기 때문.

고성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발견지(82년 1월)이자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해안과 더불어 세 계 2대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이기도 하다.

 지난 5월, 6월에 걸쳐 세계 공룡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던 고성은 평일에도 일상적으로 고성공룡박물관이 상시 개장되고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끈다. 고성공룡박물관에는 공룡 진품 7점과 복제 37점, 일반 화석108점, 모형공룡 17점 등 총 169점이 전시돼 있다

 

백두대간 최고의 눈꽃 트레킹 명소, 선자령

위 치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눈꽃 트레킹코스이다. 약 5km쯤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고도차이는 325m밖에 되지 않는다.

 두루뭉실한 산봉우리 몇 개와 들길처럼 평평한 백두대간 능선길이 두 고갯마루를 이어준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는데다가 길이 뚜렷해서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추면 누구나 쉽게 눈꽃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크게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상쾌하고, 옴폭한 계곡길은 아늑하다. 바람 부는 능선길은 조망이 탁월하고, 나직한 계곡길은 물소리를 벗삼아 자분자분 걷는 재미가 아주 좋다. 능선길의 풍경은 웅장한 반면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룬 계곡길은 아기자기하다.

이처럼 두 코스가 또렷하게 대비되는 선자령 눈꽃길의 순환코스는 총 10.8km에 이른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대략 4~5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문의전화 : 동부지방산림청 평창국유림관리소 033)333-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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