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는 백년지객…옛말

[파이낸셜투데이=황동진 기자] ‘사위도 반자식’이라는 속담이 있다. 요 몇 년 새 재벌가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주요 재벌그룹들의 사위들이 아들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하며 오너일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의 딸과 결혼해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위들은 학력이나 집안배경 면에서 재벌가 아들 못지않은 화려한 포스를 자랑한다. 이들은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가문의 장자를 보완하며 재계의 숨은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수 재벌가 사위들은 기업의 핵심요직에 등용되는 등 오너 2~3세 못지않은 ‘초스피드 승진’을 거듭하며 오너 경영의 영원한 아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국내 주요 재벌가 사위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주요 재벌그룹 사위들, 뛰어난 경영능력 바탕으로 오너일가 버팀목 역할 ‘톡톡’
‘초고속 승진’ 통한 핵심요직 맡아 최전선에서 오너 경영의 ‘영원한 아군’ 수행
 


1. 삼성家

김재열 제일모직 부사장.
이건희 회장의 장녀 부진씨(41·호텔신라 사장)와 결혼한 임우재씨(43)는 ‘사위도 반자식’이라는 속담과 잘 어울리는 케이스다. 결혼 전과 후의 직장과 직위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국대 전자계산학과 출신인 그는 결혼 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고 귀국하자 삼성전기 상무보로 전격 취임해 2009년에는 삼성전기 전무로 다시 승진했다. 하지만 우재씨는 올 초 임원 인사에서 누락돼, 재계 뒷말이 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출신 성분이 ‘평민’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차녀 서현씨(38·제일모직 부사장)와 결혼한 둘째사위 김재열씨(43)는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스탠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결혼 후 제일기획 상무보로 삼성에 첫발을 디뎠다가 2003년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겨 상무로 승진했다. 2009년에 전무로 승진했다가 최근 부사장이 됐다. 범 삼성가에 속하는 신세계그룹에서도 눈에 띄는 사위가 있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씨(39·신세계 부사장)의 남편 문성욱(39)씨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튼스쿨 경영학 석사를 이수했다. 성욱씨는 현재 신세계 I&C 부사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家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재벌가에서 사위 복이 많기로는 현대가가 으뜸이다. 특히 현대가의 수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사위는 둘째 사위인 정태영(51)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현대그룹 경영에 합류한 이후 그룹 요직을 두루 거쳐 2003년 10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업계공인 2위의 회사로 만들어 ‘장인’으로부터 신임을 단단히 얻고 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현대카드는 회사 설립 후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현대카드와 캐피탈을 맡은 후 2년여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나아가 정 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맡고 있는 현대차 계열 3개 금융회사의 영업이익을 1조원까지 끌어올리며 장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정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43)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둘째사위 이에 못지 않다. 신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루터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페퍼다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그는 수출부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현대하이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2001년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2002년 관리본부 부본부장(전무), 2003년 영업본부장 및 기획담당(부사장)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특히 영업본부장 시절 1조원대에 머물던 현대하이스코의 연간 매출액을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편, 현대가의 경영에는 참여하지는 않지만 정 회장의 맏사위 역시 유명한 재계 인사이다. 정 회장의 맏딸인 정성이씨(48·이노션 고문)와 결혼한 선두훈(53) 코렌텍 대표는 가톨릭의대를 졸업,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대전 선병원 등을 운영하는 영훈의료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인공관절 개발업체 코렌텍를 설립,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SK家

박장석 SKC 사장.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도 사위 덕을 톡톡히 봤다. 최 창업주의 둘째 딸 혜원씨의 남편인 박장석(56) SKC사장은 그룹을 혁신하며 올해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박 사장은 1979년 SK그룹에 입사해 2004년 SKC 사장자리에 올랐다. 박 사장은 사장이 되고 난후 사업 구조 혁신에 착수해 시대에 밀려난 비디오테이프 등의 사업을 결단력 있게 정리하고 산업용 광학필름 등 신사업에 집중했다.

이 결과 SKC는 태양전지용 폴리에스터필름의 글로벌 시장을 27%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EVA시트와 불소필름의 독자개발에 성공해 태양전지용 필름 3종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SKC는 지난해 매출액 1조4633억원, 영업이익 1682억원, 당기순이익 130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家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인 장선윤씨(41·블리스 대표)는 2008년 10월 양성욱(42) 아우디코리아 상무와 결혼식을 올렸다. 재혼인 성윤씨를 아내로 맞은 아우디코리아 양 상무는 전 재불 한국문화원장 양해엽씨(81)의 셋째 아들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씨(45)와 첼리스트 양성원씨(44ㆍ연세대 교수)의 동생이다. 그는 파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에 입사해 아시아 지역 세일즈담당 이사를 지냈다가 아우디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선윤씨가 롯데백화점 해외명품담당 이사 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가와 롯데가의 루이비통 전쟁에서도 양 상무가 지원 사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家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사위가 아들 노릇’하는 곳도 있다. 바로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사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바로 이들이다.

 이 회장의 장녀 혜경씨의 남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2)은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경영인으로 전직한 케이스다. 외환위기로 심각한 부채에 시달렸던 동양그룹을 당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안정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의 차녀 화경씨와 결혼한 담철곤 오리온 회장(56)은 저돌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6년에는 쵸코파이 광고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쳤다. 

기타 家門

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안용찬(59) 애경그룹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능력을 더 인정받고 있는 경우다. 안 부회장의 처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도 그의 이런 능력을 인정해 “(안 사장은)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어딘가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을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후 1987년 애경에 입사했다. 애경그룹을 두루 거쳐 1995년 애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안 부회장은 CEO 취임 이후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1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의 딸 자원씨의 남편인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41)도 눈여겨볼만한 ‘사위’다. 신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취득하고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인수 후 해태제과 관리재정본부장으로 중추역할을 수행하던 신 사장은 지난 2008년 멜라민파동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경영능력을 증명했다.

한편, 재벌가 사위들의 경영참여는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너들이 믿고 맡길만한 인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위는 반자식’, ‘사위가 아들 노릇한다’ 는 사위대세론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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