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임원! 지금 우롱합니까?”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금호건설이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건설 중인 66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시공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로 잡음을 빚고 있다.

공사 초기부터 건설현장에 인접한 ‘두산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배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다가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은 피해주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십차례 정식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이 싸움은 어느덧 3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청과 관할 구청의 중재로 양측 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긴 했으나,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은 간단히 끝날 수 있었던 문제를 오랜 기간 이어온 책임이 대기업으로서의 윤리를 찾아볼 수 없는 금호건설에 있다며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금호건설이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건설 중인 66층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리첸시아 중동’
공사 시작부터 24시간 공사, 공휴일도 작업 감행…주민들 불만 폭주
안전검사 합의문제로 더 큰 갈등…유령 임원 등장에 주민 혼란 가중

금호건설이 지난 2008년 2월부터 오는 2012월 1월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시공 중인 ‘리첸시아 중동’은 최고 66층(지하 7층) 238m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대지면적 1만1289㎡에 연면적 17만5444㎡의 규모, 대형 주택형 위주 572가구를 자랑한다.

금호건설은 리첸시아 중동을 통해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부천시 최고급 주거명작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아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금호건설의 높은 비전에 못지않게 인근에 위치한 ‘두산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의 원성도 높다.

▲ 기옥 금호건설 사장 / 사진=뉴시스
끊임없는 공사, 늘어나는 불만

‘리첸시아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불과 15m거리에는 ‘두산 위브 더 스테이트’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곳 입주민들은 금호건설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활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위브 더 스테이트 리첸시아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모(57) 대표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공사가 시작된 단계부터 24시간 공사를 감행했다고 한다.

공사초기 금호건설은 지하 7층까지 땅을 파내는 작업을 진행해 기계의 소음이 만만치 않았는데, 인접한 곳에 거주하고 있는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은 심야시간도 모자라 새벽, 공휴일에까지 이 엄청난 기계 소음을 들어야했다는 것이다.

소음을 참다못한 주민들은 하나 둘 공사현장 앞으로 집결하기 시작했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일요일만이라도 공사를 쉬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관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24시간 공사가 20~22시간으로 줄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건설현장 관계자가 작업시간에 대한 합의를 할 것을 제안해 7월경 대책위원회 대표들과 회의를 갖게 됐으나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 탓에 합의는 결렬됐다.

문제는 회의 이튿날 항의 방문한 주민들을 건설현장 측에서 새롭게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억지로 막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용역직원 간의 몸싸움이 일어나 인근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황 위원장은 “회의를 해놓고 그 이튿날 바로 용역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은 그 전부터 이미 계획돼있던 것”이라며 “금호건설은 애초에 합의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션만 취하려 했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리첸시아 공사가 시작되면서 내려앉은 위브더스테이트 건물 주변 지반과 균열이 간 지하 6층 주차장 바닥
내려앉는 지반, 안전점검 문제로 또 다른 갈등

금호건설의 리첸시아 건설현장 소음문제는 결국 주민들의 민원제기에 따라 현장 조사를 나온 구청직원들에 의해 법적 기준치를 위반한 것이 적발돼 3차례 과태료를 물게 됐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리첸시아 공사가 시작된 이후 위브 더 스테이트 지하 6층 주차장으로 토사물이 넘어오고 아파트 인근 지반이 내려앉으며 균열이 생긴 것이다.

대형사고를 우려한 주민들은 금호건설 측에 안전검사를 요구하는 한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건설현장 관계자들은 해당 문제가 자신들의 공사와는 관계가 없고 위브 더 스테이트 시공이 부실하게 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이 문제로 또 다시 양측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고 결국 시청의 중재로 2008년 10월 안전검사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안전검사를 진행할 용역업체는 위브 더 스테이트 주민들이 선정하기로, 그 비용은 금호건설이 충당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자신을 금호건설의 이사라고 소개한 조모씨가 찾아와 합의한 대로 안전검사를 진행하겠다며 거듭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이사는 갑자기 주민들이 선정한 업체를 믿지 못하겠다며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주민들은 재차 합의서대로 안전검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며 다시 장기간에 걸친 공방이 시작, 갈등만 심화되고 말았다.

결국 2010년에 4월에 이르러서야 시청이 공인기관인 국토해양부 산하 안전관리공단을 용역업체로 추천하면서 안전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 결과 일부 주민들의 피해가 인정돼 금호건설 측은 동절기가 끝나는 대로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복구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후 조 이사는 안전검사와는 별도로 그간 주민들이 입었던 소음 피해 등에 대해서도 내년도 사업계획에 포함 시켜 보상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 말을 바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전해왔다.

▲ ‘위브 더 스테이트’ 리첸시아 피해주민 대책위원회에서 내건 금호건설 규탄 플랜카드
조 이사, 알고보면 유령임원?

그런데 문제는 조 이사의 존재이다. <파이낸셜투데이>가 금호건설 본사에 확인한 결과 조 이사라는 사람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건설 관계자들에게 다시 확인을 해보니 조 이사는 건설현장의 민원을 담당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본사에서는 존재조차 모르는, 현장에서 채용된 민원전문담당가인 조 이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어떻게 내년도 사업계획에 피해보상 내역을 넣겠다고 구체적인 약속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원회 황 위원장은 “우리는 조 이사가 스스로를 민원 해결을 위해 금호건설에서 직접 나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분명 들었다”라며 “본사에서는 존재조차 모르고, 건설현장에서 고용된 사람이면서 자신을 ‘본사에서 나온 임원’이라며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결국 주민들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리경영’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금호건설에 대해 “굴지의 대기업 금호건설이 일개 지역의 주민들의 피해조차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어떻게 ‘윤리경영’을 논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호건설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는데 어떻게 100% 만족을 하겠나.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의견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민원이 단기간에 정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현재 주민대표단 측과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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