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먹고 알먹으려는 속셈?

[파인낸셜투데이=안혜정 기자]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위치한 고덕국제신도시 산업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의 ‘평택지원특별법’에 따른 고덕신도시사업의 일환인 산업단지에 입주하기로 양해각서 (이하 MOU)를 체결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의 입주 소식에 평택시와 인근 주민들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고덕신도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업은 삼성전자가 돌연 사업단지 인근에 들어설 KTX 선로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삼성電, KTX 선로 소음·진동 반도체 공정에 미칠 영향 문제 제기
코레일 “법적문제 없어…경부선도 있는데 왜 KTX만 책잡나” 반박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경기도와 고덕국제신도시 내 산업단지에 입주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오는데 따른 경기도의 대책인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마련된 사업이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주거용지와 산업용지가 어우러진 자급자족형 신도시를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부지만 서정동, 지제동, 모곡동 고덕면 등에 걸쳐 총 1,750만㎡의 규모에 달하며 공동주택 5만1백81가구와 단독주택 3천4백36가구가 들어서고 395만㎡의 산업단지도 조성이 된다.

평택시 도약 신호탄 될 줄 알았더니

평택시 도약 신호탄 될 줄 알았더니

 

삼성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고덕신도시 산업단지 395만㎡(120만평) 전체를 공급받아 입주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5년 12월까지 2조4000억원을 투자해 (가칭)삼성고덕산업단지를 준공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LED를 비롯,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등 차세대 주력 산업 생산시설과 함께 반도체 라인도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전자의 입주 협의는 경기도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사됐다. 삼성전자가 고덕 신도시 산업단지에 들어설 경우 공업단지 뿐 만 아니라 대규모 주거 단지도 들어서 상권 역시 살아나는 등 그간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평택시의 재도약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도 삼성전자가 고덕 신도시 산업단지에 들어 설 경우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삼성 측의 입주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조성이 침체에 빠진 평택 부동산 시장에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많은 기대를 모은 삼성전자의 고덕산업단지 입주 계획은, 그러나 삼성전자 측이 돌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답보상태에 놓일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경기도는 고덕산업단지 근처에 수서-평택간 KTX 노선을 신설할 계획을 추진 중인데, 삼성전자 측이 이 계획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電 “KTX 소음·진동이 문제”

삼성전자 측은 산업단지 인근에 KTX 선로가 들어서게 될 경우 소음 및 진동이 반도체 공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경기도와 지난 20일 협의를 갖기로 했으나 다시 자체 검토를 하겠다며 일정을 취소했다.

만약 KTX 선로의 소음과 진동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명날 경우 삼성으로서는 입주문제를 다시 고려해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의 입주를 시작으로 평택시의 재도약과 국제적인 전략신도시 계획을 꿈꿨던 경기도로서는 난감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도는 삼성전자 측의 문제 제기에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은 소음도 LED 등 제품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각적인 연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상 고속철도의 소음·진동 협의기준은 상업, 공업지역의 경우, 65db(A)로 규정돼 있다. 도는 KTX의 소음·진동이 산단가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시설배치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TX “법적문제 없어” 반박…제동거는 속내는?

현재 고덕신도시 사업 계획에 따르면 KTX 선로는 삼성전자가 입주할 산업단지 끝자락을 가로질러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측은 KTX 선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일단 삼성전자의 요구에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해당 선로가 반도체 공정 운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의 문제제기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코레일 측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KTX 수서-평택 구간이 산업단지 부지측면 끝자락을 따라 지나긴 하지만 소음과 진동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우려하는바와 다르다”며 “정부가 내세운 상업·공업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음 기준은 65db이지만 KTX의 소음은 ‘53db’이고 현재 산업단지 옆을 지나고 있는 경부선과 합쳐도 64.4db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적 규정도 지키고 있는데, 이미 들어서 있는 경부선은 문제삼지 않은채 KTX만 책잡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KTX를 문제 삼은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고덕신도시 계획에 따라 산업단지 외에도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되는데, 만약 삼성전자의 산단 입주대가로 삼성물산이 이 지역의 시공을 맡게 될 경우 분양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반적으로 철로와 맞붙은 지역은 소음과 진동의 문제로 분양가가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삼성전자 측이 현재 KTX 선로를 문제삼이 이를 해결하고 향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게되면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포석을 사전에 깔아 놓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태어나지않은 아기를 모르듯 분양도 안 받은 고덕산업단지에 대해 우리가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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