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성공 상징’ 메가스터디 매각 추진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학원의 신(神)’으로 불리며 사교육시장에서 질주를 거듭하던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분신과도 같던 메가스터디 매각에 나섰다. 이같은 소식은 사교육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손 대표의 상징성이 그 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금융권은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3000억원 가량의 가치를 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손사탐’으로 불리며 사교육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손주은 신화의 막이 내릴 전망이다. 인기 학원 강사로 시작해 국내 굴지의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를 세운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회사의 매각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지난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최대주주인 손 대표와 2대 주주인 코리아에듀케이션홀딩스가 모간스탠리를 주간사로 선정해 보유주식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메가스터디가 언급한 전략적 대안은 지분 매각을 의미한다.

코리아에듀케이션홀딩스는 사모펀드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가 2012년 메가스터디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메가스터디 인수 후보로는 국내외 동종 업계와 외국계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대상이 되는 1, 2대 주주의 지분은 총 32.56%다. 지난해 말 기준 손 대표의 지분율은 19.83%이고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23.35%다. 2대 주주인 코리아에듀케이션홀딩스는 9.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 대표가 메가스터디 매각에 나선 결정적 이유는 최근 악화된 경영실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설립 후 2004년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조원 달성, 2011년에는 매출 3000억원 돌파 등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후 학생수 감소와 정부의 사교육 시장 억제 정책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835억원에서 2012년 592억원, 지난해 502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메가스터디 매각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약 3000억원대로 추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 지분의 실제 가치는 1500억원 가량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3000억원대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강의 위축 ‘결정타’

손 대표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메가스터디 매각에 나서는 배경은 최근 악화된 사교육 시장과 이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메가스터디는 정부의 사교육 시장 압박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정부가 사교육 시장 축소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육방송(EBS)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메가스터디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던 인터넷 강의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실제 손 대표는 2000년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를 설립시킨 뒤 인터넷 강의를 히트시키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대 초반 교육의 온라인화를 주도하면서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업체로 성장했다. 당시 우수한 교육 콘텐츠와 스타 강사 확보, 입시설명회 같은 효과적 마케팅 등 내부 노력과 초고속인터넷 보편화라는 외부 환경이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해 2004년 시가총액 1조원 달성, 2008년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2008년 4월엔 주가가 37만36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2008년을 정점으로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타 24일 현재 6만9000원으로 2008년 4월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매출과 이익도 하락세를 타며 손 대표의 속을 태웠다.

매출‧순이익 감소세 전환

메가스터디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11년 3436억원을 기록한 뒤 2012년 3279억원으로 4.5%감소했다. 지난해에는 3168억원으로 3.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11년 730억원에서 2012년 537억원으로 26.4%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412억원으로 23.2% 줄었다.

전문가들은 수능시험의 EBS연계와 대입전형이 기존 수능위주에서 논술과 면접 등으로 다양화 된 게 메가스터디 경영 악화의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수능시험 문제를 EBS 인터넷 강의·교재와 70% 가량 연계시키는 등 사교육 억제 정책을 채택하면서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메가스터디 역시 “수능과 무료 온라인 교육서비스(EBS)의 연계 정책은 유료 온라인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편입학원·급식사업 돌파구 모색

경영이 악화되자 손 대표는 다른 사업에 뛰어 들었다. 경찰공무원시험과 대학편입학 업체인 아이비김영 인수, 급식사업에까지 진출했지만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2대 주주인 코리아에듀케이션홀딩스가 손 대표를 설득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인 코리아에듀케이션홀딩스는 2012년 3월 총 643억원을 투자했지만 내년 펀드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투자금 회수를 위해 메가스터디 지분매각을 준비해왔고 이에 손 대표와 함께 공동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도 최근처럼 교육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가 회사를 맡아야 한다고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메가스터디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사교육시장은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대입학원 한 관계자는 “메가스터디의 매각설 등이 업계에서 잠깐 돌기는 했지만 설마설마했다”며 “메가스터디 매각은 사면초가에 빠진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주간사, 매각작업 본격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가스터디의 매각 가격을 3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가스터디의 최근 시가총액(24일 기준 4375억원)이 4300억원을 넘고 보유 현금이 약 1000억원인 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고려됐다.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국내외 사교육 업체와 국내외 사모펀드, 대형입시학원, 스타강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 주간사 측에서는 이미 해외 쪽에서 인수 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가스터디 일부 유명 강사들이 국내 온라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가스터디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개 종속회사 거느린 ‘학원계 재벌’

2000년 대입 인터넷강의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메가스터디는 이후 성장을 거듭해 국내 굴지의 사교육 업체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본사와 메가엠디, 아이비김영, 메가북스, 형설에듀, 메가푸드앤서비스, 일등로스쿨, 에스이글로벌, 메가인베스트먼트 등 11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메가스터디는 이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도 확대해 나갔다. 2007년 11월 파레토아카데미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 회사의 상호를 메가엠디로 변경해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시장에 진출하고 메가로스쿨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2011년 6월에는 대학 편입학 시장 1위 업체인 아이비김영의 경영권을 인수해 대학 편입학 시장까지 진출했다. 아이비김영은 전국에 21개의 대학편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메가엠디는 3개의 온라인 교육 사이트와 신촌과 강남·노량진을 중심으로 13개의 직영학원을 운영하며 국내 대형 사교육 업체로 자리 잡았다.

손주은 대표 그는 누구?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1961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손 대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1987년 과외를 시작했다. 과외로 잘 나가던 시절에도 사법시험 공부를 하는 등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고 한다.

1997년 서울 강남의 모 입시학원에서 ‘손선생 통합사회’ 강의를 하다 6개월 만에 수강생이 2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스타 강사로 유명해졌다. 이때 ‘손사탐’이란 별명도 얻었다.

스타 강사로 잘나가던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2000년 메가스터디를 설립해 온라인 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보란 듯이 사교육 시장에서 ‘대박’을 치며 사교육 시장에서 ‘손주은’이란 이름을 각인시키며 성공스토리를 써갔다.

이에 서울대 사학과 총동문회는 2010년 1월 손 대표를 ‘제1회 자랑스런 서울대 사학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공교육 강화 등 시장 변화와 상관없이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길이 없다”며 “2015년을 기준으로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가스터디 매각 추진으로 그가 목표로 한 시점보다 더 당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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