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유지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0.25%p씩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한 만큼 지금은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대외여건 변화와 국내 영향을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빠른 속도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기 때문에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은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대외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그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성장·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그는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수준(1.75~2.0%)에 대해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가면 물가 오름세도 높고, 금융불균형 위험도 있으니 완화 정도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 다수의 의견”이라며 “그러면 한 차례 더 올려도 긴축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더구나 물가가 많이 올라 완화 정도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기준금리를 예상할 때 올해 성장세,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텐데, 기대의 바탕이 되는 성장, 물가, 대외여건 흐름이 시장 예상과 저희가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서 “시장의 기대가 금통위의 것과 괴리가 많다면 소통을 좀 더 할 것이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제상황 전개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 2.0%보다 1.1%p 상향 조정된 3.1%로 제시했다. 한은이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1월 말 기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전망은 배럴달 10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장기화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군사적 긴장감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전망 후 3개월 사이 물가상승 확산 정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점을 감안해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전면전이 되면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당장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고, 그것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서방에서 경제제재의 수위를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 있고, 국내 생산과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원론적으로 보면 문가 오름세가 높아지면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가 더 커지는 것이라서 대응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는 것을 유지한 것도 이런 물가 상황이 큰 고려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다”며 “성장, 금융안정 상황도 보기 때문에 물가 전망을 높였으니 금리 인상 횟수도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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