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응징론’과 잊혀진 천안함
허무한 ‘응징론’과 잊혀진 천안함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0.11.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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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영해·영토…점점 강해진 추가도발, 응징 참았나 못했나?

[파이낸셜투데이] ‘천안함 사건’ 8개월 만인 11월23일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으로 초토화됐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서해 대북경비태세에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됐고, 여러 대응책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결과적으로 정부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천안함 사건(3월26일) 발생 2개월 뒤인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 보름 뒤인 8월9일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향해 해안포 100여발을 발사했고, 이중 일부가 NLL 이남 우리 영해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이 사실을 숨기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사태를 무마했다.

다시 3개월 보름 뒤인 11월23일 연평도에 170여발의 포격이 이뤄져 군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저녁 이명박 대통령은 “추가 도발시 몇 배 응징할 것”을 지시했고, 1주일 뒤인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서도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그동안 계속된 추가도발에 무기력한 대응을 보였던 우리 군이 어떤 응징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격유형이 달라졌을 뿐, 해군 함정(군함을 포함한 모든 국적선박은 국제법적으로 영토로 간주된다)에 대한 공격에 이어 영해에 대한 포사격 그리고 군기지과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집중 조준사격이라는 추가도발이 이미 벌어졌는데 다음에 또 어떤 추가도발이 있어야 자위권을 발동하고 몇 배 응징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포커스] 연평도 피격 사태와 안보위기

MB 5월 담화 “우리 영해, 영공, 영토 무력침범하면 즉각 자위권 발동”
北, 8월엔 NLL 넘어 해안포 사격…반응 없자 11월 연평도 포격 감행

170발 피격에 80발 대응사격, 북측 실제 피해는 거의 없었다?
저가 레이더와 고장난 자주포…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격

연평도 피격사태 직후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사안의 하나는 과연 우리 측의 대응공격으로 북한이 입은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피해가 있기는 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군인과 민간인 각각 2명 사망 등 우리 측 피해가 막심한데 반해 북한 쪽에서는 연기 한 줄 피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북 피해 없었다?

당초 군은 “K-9자주포로는 북한군 해안포를 직접 타격하기 어려워 막사와 통신시설 등 진지를 표적으로 삼아 무력화를 시도했었다”고 밝히며 북한 측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했고,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북한 측이 피해상황 수습을 위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연평도는 연기에 휩싸였으나 북한 측에는 아무런 징후도 나타나지 않은 위성사진이 공개되고, 자유선진당이 “한 방이면 축구장 한 개를 없앨만한 위력의 K-9 자주포 80여발을 쐈다면 지금쯤 북한의 해안포 발사지점은 쑥대밭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연기 한 줄 안났다”고 논평하면서 실제 북한이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연평해전 당시에는 우리 측의 대응사격으로 부상을 당한 북한 군인이 후송되는 장면이 곧바로 감시망에 포착됐었으나, 이번 연평도 피격 이후에는 경계태세와 감시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아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25일 “북한측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전쟁피해평가(BDA)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정확한 피해규모’가 아니라 ‘피해를 입기는 입었다는 증거’이다.

날려버린 외양간 고칠 기회‘들’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군의 전력이 서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배치된 것과 비교했을 때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배치된 우리 전력은 점 수준으로 절대적 열세인 상황이었고, 그나마 정보전력과 화기 자체의 성능에서는 앞서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런데 “앞서 있다”던 우리 군의 정보력과 화기성능이 실전에서는 무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평도에 배치되어있던 K-9자주포 6문 중 2문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처음부터 고장이 나있었고, 한 문은 불발탄 때문에 초기대응에 참가할 수 없어 3문으로만 응사했다.

여기에 더해 날아오는 포탄의 궤도를 잡아 역공 타점을 잡는 대포병 레이더의 경우 구형에 저가옵션모델이어서 제대로 된 타점을 잡기 힘들다는 점은 지난 2004년부터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현 미래희망연대)이 제기했고, 이후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었다.

특히 지난 8월 우리 영해에 대한 북측의 해안포 공격 당시 이 레이더가 고장 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여기에 대해 빨리 대처하라는 국회의 주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점은 충격을 넘어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한 상황이다.

그뿐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 한 달여 뒤인 4월21일 국방부의 서해5도 방어대책회의에서는 남북간 위기 고조시 북한군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점령하는 도발을 시도할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최인접도인 연평도는 2~3시간이면 점령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진작부터 제기됐다.

해군 함정 등 지원 전력이 북한의 해안포와 장사정포, 지대함미사일(사거리 95km) 때문에 접근이 곤란해지면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5200여명은 고립돼 1000여문의 북한 포격과 특수작전부대의 강습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으로 현재의 해병대 부대와 해․공군 지원 전력에 의존하는 소극적 작전 개념이 아닌 현지의 독자전력으로도 적을 격퇴할 수 있는 적극적 방어전략 기조로 서해 5도에 육해공과 해병대가 연합한 독자 사령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아이디어 수준으로 더 이상 진행은 되지 않았다.

평화 무관심하면서 전쟁대비도 안해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무력시위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이 이어지고, 해군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참사가 터지면서 그간 사라졌던 ‘주적(主敵)’ 개념 부활도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3년 동안 국가안보와 관련해 내놓은 정책 중에서 눈에 띄는 것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계획했던 차세대 국방전력강화 관련 예산 대거 삭감, 수도권 방위계획의 핵심인 성남공군기지 구조를 틀어놓으면서 일개 재벌기업의 초고층 빌딩 건축사업 승인, 군 병력을 4대강 공사현장에 전용 투입 등이다.

특히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국방개혁’과 관련한 정책 기조의 핵심은 “낭비를 줄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평화를 위한 노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전쟁위험에 대한 대비도 하지 않아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와중에 정부여당에서는 대책을 모색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것보다 책임전가할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5일 “지금은 내부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한나라당이 이후 내놓은 논평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이번 사태의 책임을 과거정부와 야당에 돌릴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듯하다.

반면 불법사찰에 대한 항의로 농성장을 꾸렸던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연평도 피격 직후 농성을 접었고, 25일 국회 대북 규탄결의안도 단체로 기권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반대표를 던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을 제외한 재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한편 국민참여당 양순필 대변인은 26일 “이 대통령과 김태영 장관이 국방․안보 분야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은 아니다. ‘보수 정권이 안보와 국방은 잘 한다’는 막연한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린 것은 두 사람의 공이 크다”고 꼬집었다. 비아냥이기는 하지만 울림이 큰 발언이다.

‘무인도’된 연평도…총알받이는 되지 말아야

행안부 지원 대책에선 ‘이주지원’ 제외 논란

연평도 피격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있던 주민 200여명은 25일 오후 여객선을 이용해 모두 인천 피난길에 올랐다. 이날 주민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극한의 결정을 내린 것은 28일 항공모함까지 동원된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긴장감 고조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평도에는 이제 군과 해경, 복구작업을 지원할 공무원 등 70여명만이 남았다. 당분간 연평도에는 단 한명의 주민도 남지 않는 그야말로 황량한 섬으로 전락한 것이다.

23일 북측 피격으로 피해를 당한 연평 주민 가운데 어선과 해경 경비정 등을 타고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136명이 인천으로 피난했다. 연평도에 남아있던 주민은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했던 노인들과 파손된 주택과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서 남은 젊은층이 대다수였다.

옹진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포격으로 집이 파손되고 연평도 현지 사정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에는 너무 열악하다”며 “이들이 인천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과 긴장감이 지속되는 동안 피난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연평도 주민들이 지난 24일 연평도 현지를 방문한 안양호 행정안전부 제2차관에게 ‘무서워서 못 살겠다’, ‘지뢰밭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고충을 호소했다”며 “이들은 이주대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안부가 발표한 연평도 주민 피해보상 대책에는 파손된 가옥에 대한 전액 보상 등 재정착 대책은 포함하면서 이주지원은 빠져 민간인을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튿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평도 주민에 대한 이주지원안을 포함한 지원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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