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겨냥한 전략 수립…신흥시장서 미래 먹거리 창출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은=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증권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에 IMF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는 증권사 직원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업황 부진에 한숨을 내쉬는 여는 증권맨과 달리 담담하게 ‘30년 후’를 이야기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인정받는 투자은행(IB)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30년 후를 내다보고 최고 IB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고 싶습니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미래 성장 동력을 베트남에서 찾고 있다. 인구와 자원이 한국의 2배에 달하고 통일 비용까지 이미 치른 베트남 경제 규모가 30년 후엔 한국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인수한 베트남 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의 지분을 48.8%에서 2013년 92.3%로 끌어올렸다. 인수 당시 업계 50위였던 이 증권사는 현재 2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해 목표는 15위다.

유 사장은 “베트남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면 이를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베트남 법인이 한국투자증권 본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순이익 1위 달성

적자 증권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CEO가 먼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현재 실적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유 사장은 “수익원이 5∼6개 분야로 다변화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보다 직원 수가 적어 1인당 생산성도 가장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식거래중개(브로커리지)에 매달려온 많은 증권사가 증시 침체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을 40%로 비교적 낮게 가져가고 있다. IB와 자산관리 부문 수익 비중이 각각 30%를 차지한다.

베트남 시장 공략 성공 DNA 신흥시장으로 확대

수익 다변화, 3년 연속 순익 1위…“헝그리 정신 비결”


최근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문이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육군 관사를 짓기 위한 92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시설사업(BTL)과 1835억원 규모의 광화문 트윈트리타워 인수금융 조달 등을 주관했다. 부동산 PF 분야에서 번 돈이 연간 순이익의 5분의1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유 사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은행 중심이던 부동산 PF에 뛰어들었기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올라도 투자는 ‘보수적’으로

유 사장은 국내 증시와 증권업계 상황이 올해는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외국인 자금이 지난해처럼 대규모로 유입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코스피가 10% 정도는 오를 것으로 봅니다.”

코스피 상승을 전망하면서도 유 사장은 ‘보수적 투자’를 강조했다.

미국·유럽·중국 등이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중국도 내수 부양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올해도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가 유망하고, 주식 중에서도 신흥국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지난해처럼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최근 유 사장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성장·고금리 시대에는 기대 수익률 자체가 높았기에 수수료나 세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깎아먹는 0.01%의 수수료와 세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증권사들의 경쟁으로 수수료는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면서 “분리과세, 비과세 등 세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상품으로 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

지역 이웃부터 지구촌까지 ‘행복 나눔’

한국투자증권의 사회공헌은 ‘사랑나눔, 행복나눔’으로 압축된다.

유 사장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꿈의 크기가 결정되거나 그로 인해 행복하지 못한 청소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부터 FC서울 프로축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동들을 초청해 매년 ‘행복나눔 어린이 축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사와 함께 해외 금융시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금융체험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더불어 매년 자선송년모임에서 모아진 성금을 ‘굿네이버스(국제구호단체)’에 전달하며 전 세계 빈곤 아동 돕기 후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임직원이 함께하는 ‘동반나눔’ 실천을 위해 매칭그랜트 제도를 도입했다.

매월 임직원이 비영리단체나 복지기관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금액만큼 회사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1:1로 매칭해 사회공헌사업 기금을 마련한다. 이 기금은 매월 생활이 어려운 아동의 특기적성 개발 후원금으로 쓰인다.

지난해부터 여의도 본사가 위치한 영등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울타리 정 나누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근지역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에게 교복지원과 함께 학용품 및 교재지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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