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 여·야 가리지 않고 콘텐츠산업 연구하는 포럼 출범
게임산업, 정부 차원에서 신한류·언택트 유망산업으로 육성
지원 분야 세분화·게임 스타트업 육성 펀드 등 구체적·실질적 도움 기대
LCK 프랜차이즈 되며 e스포츠 대기업 자본 유입 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e스포츠 제2의 전성기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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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업계는 ‘허리가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선호 장르 성향이 비슷하면서 시장규모는 더 큰 중국은 ‘판호’ 문제로 진출로가 막혔다. 국내 게임‧e스포츠 산업이 2000년대 초 누렸던 황금기는 지나갔고, 산업 내 양극화는 심해졌다. 하지만 올해 주무부처‧국회 등 입법‧행정 분야에서 친게임 인사들이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면서 국내 게임산업 ‘제2의 전성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국회 포럼·문체부 장관·게임위 위원장 등 곳곳에서 활약

제21대 대한민국 국회가 임기 시작 47일 만인 지난 16일 개원했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5월 30일 시작된 21대 국회는 개원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게임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8일 출범한 국회 문화콘텐츠포럼과 대한민국 게임포럼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게임포럼은 20대 국회 당시 김세연 전 의원, 이동섭 전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의 진보와 변화의 첨병에 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국내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초당적 협력을 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019 대한민국 게임포럼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출범한 국회 문화콘텐츠포럼은 게임·영화·드라마·방송·만화 등 국내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을 다루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다. 조승래 의원이 대표의원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문을 맡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 권성동 무소속 의원,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 등 야당에서도 정회원·준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국회 문화콘텐츠포럼은 지난 8일 출범식 이후 대한민국 게임포럼과 함께 게임시연회를 공동주최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부에서 산업 진흥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도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양우 장관은 2005년 당시 문화관광부에 게임산업과가 신설될 당시 문화산업국장을 역임했고, 2009년에는 게임산업협회장으로 추대된 적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게임 행정가로 꼽힌다. 장관 취임 후에도 지난해 6월 성인의 PC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를 폐지했고,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기 위해 필요하나 사드(THAAD) 갈등 이후 막혀버린 판호(서비스 허가권) 문제에도 발 벗고 나섰다.

박양우 장관은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게임인재원의 교육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게임이라는 것이 이 사회의, 문화의 중심이고 경제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교과서에도 집어넣고 싶다”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창립총회 축사에서도 “게임산업을 비롯해 콘텐츠산업의 여러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문체부, 정부만으로는 힘들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의원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콘텐츠산업 전 분야를 총괄 진흥하기 위한 기관이다. 2018년 대중문화 전문가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취임하면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준 원장은 “방송과 게임은 문화콘텐츠에서 비중이 큰 산업이다. 게임은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의 수출 효자 종목”이라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게임산업에서 중소게임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분류를 통해 적정이용연령을 결정하는 곳이다. 설립 취지가 게임의 윤리성·공공성 확보, 사행심 조장 방지, 청소년 보호, 불법게임물 유통 방지여서 대표적인 게임 관련 규제기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게임위 수장도 대표적인 친게임 인사 중 하나다. 2018년 8월 게임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재홍 위원장은 한국게임학회 제7대, 제8대 회장을 지냈다. 평소 MMORPG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홍 위원장은 학술논문 검색 사이트 DBpia에 따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켓몬GO’ 등 게임에 관한 논문을 20건가량 집필하기도 했다.

◆ 산업진흥·VC투자 확대·규제 완화·新한류 등 경로 다각화

국내 게임업계는 현재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을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상태다. 사드 갈등 이후 끊긴 판호 발급로는 중국 시장에 한국 게임이 진출하는 것을 막았고, 안정적인 수익원(캐시카우)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게임사에게 인력·개발 기간이 다른 장르보다 많이 필요한 AAA급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점점 위험한 도박처럼 다가오게 됐다.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에 비해 수익은 더 많이 나는 모바일게임으로 게임사들이 몰렸지만 게이머들의 눈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취향은 까다로워졌다.

결국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게 됐고, 여기에 각종 규제와 게임질병코드 논란이 더해져 게임산업에 투자하려는 심리 위축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말로만 IT강국, 게임강국이라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가 활성화되며 대한민국이 실제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전 국민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인 게임산업도 재조명받고 있다. 게임이용장애에 만장일치로 질병코드를 부여했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무총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수단으로 게임을 이야기했고,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게임을 어린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ADHD) 치료수단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제10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 일자리 중심의 수출 산업 중 하나로, 최근 코로나19로 여가 형태가 비대면·온라인·가족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유망 언택트 산업”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는 게임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세워 발표한 바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9.8% 성장했고, 한 해에만 64억달러(한화 약 7조7197억원) 수출로 무역수지 흑자의 8.8%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효자산업이다. 여기에 게임산업을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 중 비대면 모바일 매체에 적합한 한류콘텐츠로 봤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게임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펀드를 만들어 산업을 진흥할 방침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1에서 열린 ‘게임분야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간담회’에서 “게임산업이 영화산업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한국 게임의 역사는 영화보다 짧지만 성공을 거둔 분야”라며 “민간 게임사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펀드 조성을 요청해 왔다. 민간과 정부가 6대 4 비율로 참여하는 매칭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 따르면 다양한 플랫폼 기반 게임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게임 출시작 중 73.4%가 모바일게임이다. 정부는 지원 분야 세분화를 통해 PC·콘솔게임 제작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게임산업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국내 게임산업이 모바일게임으로 편중됐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반적으로 잘 파악했다는 분석이 많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청와대가 게임산업에 우호적인 것은 맞다”며 “이번 진흥계획은 과거와는 달리 산업 분석을 전제로 한 발표였고, 실용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권 3년째에 나와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문화콘텐츠포럼, 게임포럼 등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게임에 관한 초당적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일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 유통망(ESD) 스팀에서 게임을 유통하는 게임사들에 시스템 개선사항을 소개하고 등급분류를 받으라고 안내한 것이 ‘게임위가 스팀 게임을 규제하려고 한다’고 와전되며 스팀 차단 논란이 불거진 일이 있었다. 지난달 초면 21대 국회가 막 시작한 때라 상임위원회 배정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이상헌·전용기 의원 및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낡은 법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국회발 게임산업 규제 완화 등 게임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강한데, e스포츠 쪽도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LCK)’에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되면서 SK텔레콤, KT, 한화생명 같은 기존 대기업 외에도 한국야쿠르트, 농심, 설해원 등 많은 자본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게임·e스포츠 진흥을 위해 노력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제2의 전성기가 충분히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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