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개에 육박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상장된 업체 수는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새로 출범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가 벤처업계 자금난 해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벤처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는 모두 2만8천731개로 집계됐는데, 이는 2000년 말 이후 무려 220.4% 늘어난 수치다.

2000년 말 벤처기업의 수는 8천798개를 기록한 이래, 2010년 5월 처음으로 2만개를 돌파했고, 작년 말에는 2만8천193개였다.

하지만 벤처기업 신규 상장(IPO) 수는 급감했다.

벤처기업 신규 상장은 지난 2001년 134건에서 2003년 58건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급감세가 이어져 작년에는 불과 17건에 그치는 등 활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는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업체 수의 급감과도 연결됐다.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업체는 2000년 178곳에서 작년 22곳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IPO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코스닥 신규 상장 업체는 8곳이며, 이 중 벤처기업은 5개였다.

즉, 국내 주식시장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인 자금 조달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돈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불황 국면이 지속되면서 IPO 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점 역시 기업 공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초 개장한 코넥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벤처기업 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코스닥시장의 문턱이 높아 정작 신규 상장은 줄었다"며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새로 출범한 코넥스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코넥스는 코스닥시장에 비해 상장에 필요한 자본 요건과 공시 부담이 완화됐다. 특히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벤처기업이 진입하기에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코넥스는 거래 첫날인 지난 1일, 상장한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이 거래됐고 전체 거래대금은 13억원에 이르는 등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 했으나, 다음날인 2일에는 거래대금이 10분의 1토막으로 급감하고 거래종목도 9개에 불과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연말까지 코넥스에 50개 기업이 상장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하고, 향후 시장이 성숙되면서 700~1천개 상장사에 시장 규모가 14조∼2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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