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미국이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시아 증시의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의 증시 폭락 사태 재발이 염려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는 지난 200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5.25%로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했던 사례의 재연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우려에서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20일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2004년 당시와 유사한 조정 국면이 올 여름 재현될 수 있다"며 "아세안 증시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내다봤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9일(현지시간) 2008년 말부터 진행한 금융완화 기초를 마무리할 것이란 의지를 표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께 중단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즉, 연준이 3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어놓은 유동성 공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지난 2004년 연준은 1%대 초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기 위해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연준의 이같은 조치로 당시 전 세계 주식시장은 2004년 4∼8월에 걸쳐 7.5% 하락했고 코스피는 무려 25% 폭락하고 말았다.

이 연구원은 "연준에 의해 유동성 장세의 수혜를 봤던 금융시장일수록 '출구전략'에 큰 여파가 찾아올 것"이라며 "양적완화 조치에 따라 채권, 주식, 부동산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아세안 시장이 가장 큰 충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아세안 국가의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역풍에 시달리는 가운데 자산시장도 침체할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큰 우려감을 나타냈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경우 아세안 증시에 비해 미국 양적완화의 수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그만큼 덜하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또 한국 증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돼 아세안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위기는 항상 경상수지 적자 국면에서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계속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런 장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출구전략 여파로 코스피가 단기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지만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며 "중장기적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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