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면심사위 소집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아, 밀실사면 자인

[파이낸셜투데이=김경탁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을 오는 31일 단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철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 내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유독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하여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며, "단 하나의 예외라 하더라도 그것은 원칙의 중대한 훼손이며, 더구나 그 예외가 이건희 전 회장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상의가 사면 건의한 78명의 비리 경제인들 중에서 이건희 전 회장만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명분으로 사면했다고 해서 ‘법 위의 삼성’ ‘정부 위의 삼성’이라는 현실이 가려지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불법승계 문제로 배임 유죄판결을 받고, 4.5조원의 차명재산 관련 조세포탈죄에 따른 벌금액수만 1100억원에 달하는 중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재벌 총수이면, IOC 위원이면 4개월만에 그 모든 죄가 없던 것이 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도대체 어느 국민이 ‘법질서 확립’ 운동에 동참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으로 재계의 사기를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재계의 반응은,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냐"며, "기업인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만큼 관용을 베푸는 사법부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 마저 없던 일로 만들어주는 꼴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은 지난 24일 열린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설치 취지가 그간 밀실에서 이루어져온 사면 논의를 공개적·객관적으로 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여 심사를 진행하였다는 사실조차 밝히지 않은 것은 경악할만한 일"이라며, "이는 사면심사위원회가 무력화되고 밀실사면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이건희 전 회장은 잃을 것이 없다"며,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사면됨에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다고 해서 특별사면이 취소될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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