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행유예 선고 영향, 상장 앞두고 ‘리스크 제거’
국민연금 등의 지적에 과다 겸임 논란 해소 노림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잇따라 계열사 대표·사내이사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25일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임은 2000년 롯데쇼핑 등기임원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2013년 사임, 사내이사직은 계속 유지해왔다.

같은 날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이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을 그만둔 것에 더해져 재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올해 초 롯데건설 대표직의 사임 당시에는 ‘책임경영 강화’가 배경으로 꼽혔으나, 호텔롯데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는 소식에 ‘상장을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렸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향후 호텔롯데의 상장에 있어 대표이사의 도덕성 등이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측은 해당 사임에 대해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이자, 계열사의 책임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신 회장의 외부활동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월 7일 잠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의 깜짝 방문과 부친인 故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을 제외하고는 외부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현재 롯데 유통사업 부문에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는 리스크를 가진 최고 경영자가 잦은 움직임으로 향후 행보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이상 대표이사의 리스크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법적 리스크에 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따르면, 사기·공갈·부당이득·배임의 죄를 범해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는 부동산개발업의 사내이사로 오를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신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기에 사임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롯데건설과 호텔롯데가 롯데 계열사 중 부동산개발업을 운영 중이라는 점,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 다른 계열사의 등기임원자리는 유지한다는 점도 해당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해당 분석이라면 신 회장은 4년간의 집행유예가 끝나기 전에는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등기임원을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 기간동안 호텔롯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면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할 수 있기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호텔롯데가 롯데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상장과정에서 충분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사내이사 사임이 더해지면서 신 회장이 지속적으로 지적받았던 겸직 과다 논란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회장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만 계열사 4곳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신 회장의 계열사 임원 과다 겸직 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롯데쇼핑 사내이사의 사임은 계열사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전면에서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강희태 대표이사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13일 전체 점포의 약 30%인 200개의 점포를 정리하는 등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안인 ‘2020 운영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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