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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캐시카우(안정적 수익창출원)’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캐시카우를 확보하지 못해 PC·콘솔 등 AAA급 대작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넷마블처럼 다른 업종으로 확장하며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1조8000억원 들여 코웨이 경영권 확보하려는 넷마블

넷마블은 지난 14일 국내 1위 렌탈업체 웅진코웨이의 지분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매각주관사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에 1조8000억원을 쓸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이 성사되면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08%를 소유한 1대 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게임사는 ‘게임’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다 보니 기업의 사활을 건 총력전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안정적인 수익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작 게임에 투자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 안에서 캐시카우로 꼽히는 게임이 많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펄어비스 ‘검은사막’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정도가 게임 이용자수나 매출, 지적재산권(IP) 면에서 ‘스테디셀러’로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넷마블은 게임계 대기업으로 꼽히는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중 하나지만 자체 IP를 활용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넷마블이 올해 초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넥슨이 가진 다양한 IP를 통한 캐시카우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14일 웅진코웨이 인수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코웨이 투자 진행은 자체적인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독경제가 기존 생태계와 충돌이 없고, 안정된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하고, 렌탈 모델은 향후 IT기술과 결합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세기말’ 게임업계, AAA급 게임 투자 어렵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세기말’ 분위기가 한창이다. ‘세기말’은 MMORPG 등의 게임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나 시즌 초기화를 앞두고 어수선하고 술렁대는 분위기를 뜻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모바일게임이 전체 게임 매출의 47.3%를 차지하는 6조2102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주력 장르도 대부분 모바일 MMORPG로 동일해 게임사들이 서로 ‘파이 나눠먹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수명주기가 짧다. 게임의 흥행에 따라 실적 변동성도 크다.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가 되지 않으면 신작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힘들어지게 된다. 특히 올해는 신작 가뭄이 심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됐던 신작 게임들은 6월이 되서야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신작 게임들은 게임별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곳은 카카오게임즈 정도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위주인 국내 시장에서 PC 온라인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POE)’을 6월부터 서비스했는데,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수 8만명대를 돌파했다. 해외 게임을 해외 게임사 한국지사가 아닌 국내 게임사가 퍼블리싱해서 성과를 낸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POE가 처음이다.

“게임은 계속 나오는 데 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말은 국내 게임 관련 커뮤니티 등지에서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한국 게임사들이 AAA급 게임은 개발하지 않고 모바일게임으로 짧고 굵게 ‘한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 특히 올해는 모바일게임도 출시일이 점점 밀려 하반기에 몰려 있는 상태라 ‘세기말’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이에 관해 관련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부족해서 국내 게임업계가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캐시카우 확보는 게임 개발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PC게임이나 콘솔게임 등 일반적으로 AAA급 게임이라고 꼽히는 대작 게임은 보통 4년가량의 기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개발에 7년이 걸렸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로 투자하고 한동안 잊고 지내야 하는 셈이다. 신작 하나에 모든 것을 건 것이 아니라면, 캐시카우에서 확보된 순이익을 재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게임사들, 하반기 신작 게임에 ‘총력전’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2017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신작 게임이 눈에 띄는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신작 게임의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작 게임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실히 견인할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한 PC·콘솔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모바일 위주로 재편된 국내 게임시장에서 PC·콘솔게임으로는 외부 투자 유치도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게임사의 경우는 더 심각해 “게임업계에 허리가 없어졌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게임사가 게임을 개발하지 않거나 서비스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더욱 신작 게임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의 필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올해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확장한 카카오게임즈는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등의 이차원게임뿐 아니라 MMORPG 명가로도 자리 잡기 위해 ‘테라 클래식’에 이어 ‘달빛조각사’에 힘을 실었다. 올 한해 매각부터 다수 프로젝트 중단까지 많은 이슈 속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고 있는 넥슨도 11월 7일 출시되는 ‘V4(브이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씨의 ‘리니지2M’도 2년 반 만에 나오는 신작인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라인게임즈도 엑소스 히어로즈 등의 대규모 라인업을 마련해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넷마블도 연내 ‘세븐나이츠2’와 ‘A3: Still Alive’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도 넷마블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추가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이미 이종 산업 인수로 매출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로, 넥슨은 유모차 업체 스토케 및 레고 거래 플랫폼 브릭링크 등을 인수했고, 일본 게임업체 코나미는 스포츠 클럽 운영 매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넷마블과 웅진코웨이간 시너지는 중장기적으로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서비스로 신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인터넷·게임 기업이 이종산업에 진출했던 사례가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부담과 시너지 창출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지만 결국 기업가치가 재상승했던 경험이 있다”며 “2010년 12월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을 발표하고 창단 이후 주가가 6개월 동안 34.5% 상승했으며, 2016년 1월 멜론 인수를 발표한 카카오는 이후 2년간주가가 19% 상승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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