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지표 하락…상반기 순익도 일회성 이익에 기대
‘비대면’ 강화 이유로 2017년 영업점 ‘急’축소
비대면 서비스 고객에게 강요한다는 논란도 불거져

한국씨티은행. 사진=파이낸셜투데이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의 한국씨티은행 실적이 올해 상반기에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영업점을 대폭 축소한 씨티은행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대면 영업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금융권 전체에서 비대면 활성화에 대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씨티은행은 영업점을 축소하고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씨티은행, 비대면 승부수 던졌지만

씨티은행이 올해 상반기 거둬들인 순익은 16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170억원)보다 45%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본점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매각 이익을 제외한 상반기 순익은 1151억원이다. 오히려 지난해 동기보다 순익이 1.6%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도 하락했다. 이번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은 2.37%로 전년 동기(2.53%)보다 0.16%p 떨어졌다. 은행권에서 전반적으로 순이자마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씨티은행의 하락폭은 유독 크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 하락율은 0.60% 수준이었다.

이번 상반기 씨티은행은 일회성 요인으로 높은 순익을 거뒀지만 다가올 하반기에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은행권 전반의 불안한 업황으로 하반기 성적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씨티은행의 수익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화와 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한 비대면 중심의 영업 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2017년 133개에 달했던 영업 점포를 현재 44개까지 급격하게 줄이는 등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선보여왔다. 씨티은행은 고객의 은행 업무 95% 이상이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져 이에 따라 대면 영업을 축소하고 비대면 영업을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다른 은행보다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영업 기반이 약화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운 시시선도 있었다. 실제로 차별화된 영업 전략에도 수익성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아쉬움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씨티은행의 비대면 서비스가 독보적인 존재감이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씨티은행의 영업 전략대로 비대면 채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에 대한 역량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도 비대면 영업 창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씨티은행만의 독자적인 비대면 서비스를 내놓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데 이어 은행권 전체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 영업 확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인 저축은행까지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고 모바일 앱을 출시하는 등 비대면 영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업점 수수료 ‘5만원’, 모바일은 ‘무료’

씨티은행은 영업점을 통폐합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급격한 영업점 축소로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비대면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제현금카드 발급 시 비대면 채널과 영업점 방문에 따른 수수료의 격차가 컸던 것이 문제였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국제현금카드를 신청하면 카드를 받기까지 5~7영업일이 걸리지만 수수료가 무료다. 영업점을 방문하면 즉시 국제현금카드를 받아볼 수 있지만 수수료 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씨티은행 고객센터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모바일이나 인터넷 신청 시 영업일 기준 5~7일, 즉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걸린다. 영업점에서 발급할 경우 수수료 5만원이 들고 카드 재고가 없는 경우에는 즉시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에 고객들 사이에서는 씨티은행이 고객들을 비대면 채널로 유도하기 위해 무리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직접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은 비싼 수수료에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겪어야 하고 급하게 카드 발급이 필요한 고객들은 어쩔 수 없이 5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내대로 카드 재고가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5만원이라는 영업점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 고객 A씨(27세)는 “영업점과 모바일 수수료 차이가 왜 그렇게 높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5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니 당연히 모바일로 카드 발급 신청을 하겠지만 은행이 일부러 고객을 모바일로 유치하려고 억지로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관계자는 “국제현금카드는 해외에서도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카드로 비대면 채널에서는 수수료가 무료고 영업점에서는 수수료 5만원이 든다”며 “씨티은행은 고객에게 비대면 채널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출국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비대면 채널로 발급하는 게 편리하고 보통 해당 카드가 필요하신 분들은 미리 준비를 해두시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큰 민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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