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터미널 인근 48층 주상복합, 내년 1월 입주 예정 막바지 공사 한창
“호반 눈치보는 광주, 건축 승인부터 말 많아…기업이익만 앞세운 처사”

호반써밋플레이스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이름을 올린 ‘호반써밋플레이스’가 내년 1월 입주를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역 내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주민들은 기업이익만 앞세워 교통 마비 등 불편은 외면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건축허가 단계부터 잡음이 많았던 탓에 일부 주민들은 광주시가 호반건설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호반써밋플레이스는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 마련된 지하 4층, 지상 48층의 2개동, 총 246세대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갖춘 주상복합단지다. 158m 높이의 쌍둥이 아파트로 호반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일부 층은 호반 계열사인 광주방송 사옥으로 쓰인다.

이곳 단지는 종합버스터미널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다수 밀집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대표적인 교통혼잡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2015년 건축심의 당시 광주시는 호반써밋플레이스 사업장 앞 무진대로가 상시 교통체증을 빚는다는 점, 시민들의 통행 불편 및 안전사고 위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한차례 심의를 유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시는 교통개선 대책 등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해당 건축 계획을 조건부 의결했다.

이에 당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광천동 일대는 터미널과 백화점, 예식장 등 대형 집객 시설들이 모여있는 매우 혼잡한 지역인데 아파트를 짓기 위해 상가와 방송국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에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승인을 내줬다”며 “광주시 건축위원회는 교통대란과 도심 과밀화를 유발하는 광주방송 신사옥(호반써밋플레이스) 건축 계획 심의 조건부 의결을 철회하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광주시청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주민들은 당장 내년 초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면 일대 교통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교통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완공을 앞둔 가운데 여전히 일대 교통 혼잡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호반써밋플레이스가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지역 랜드마크라고들 하는데 두 동짜리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어떻게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이 될 수 있겠냐”며 “주민들끼리는 ‘광주는 호반의 도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주변 경관을 해친다고 해서 광주에는 고층 건물을 많이 짓지 않는다. 광주공항이 도심에 위치해 일부 지역은 고도제한도 받는다”며 “이 때문에 광천동에 호반써밋플레이스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시에서 까다롭게 심의를 보고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쉽게 승인을 내준 것 같다. 호반건설이었기 때문에 허가가 났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불만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나 시청은 물론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적인 절차를 모두 거쳤고 교통대책 개선 등을 조건으로 심의를 거쳐 건축 승인이 났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현재는 도시경관 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업지역에서 협소한 도로나 가로구역 높이 제한 등을 적용해 층수 제한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이어서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층수를 제한하진 않았다”며 “시에서 심의를 거친 건 맞지만 건축법에 따라 구청에서 허가를 내줬다. 관련 문제도 서구청에서 협의를 모두 거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서구청 관계자는 “시에서 심의를 거칠 때 나온 의견들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지자체에서는 확인만 할 뿐이다. 어떤 대책을 왜 이렇게 마련했는지 등을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다”며 “교통영향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향후 교통대란 등으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때는 시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완벽하게 검토하고 승인이 난 사업이기 때문에 사실 호반건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처럼 나홀로 아파트·주거단지 개발이 기존 도심지 경관체계와 어울리지 않고 일조, 통풍, 교통문제 등을 유발,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문제점이 지속 제기된 만큼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대해 앞으로는 층수 제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공동주택 심의 기준을 향후 개정, 일반 주거단지는 30층 미만, 주상복합단지는 40층 미만으로 높이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호반써밋플레이스 등 도시경관을 해치는 일부 고층 건물이 모두 들어선 이후 마련된 대책이어서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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