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탄소섬유 활용 제품 등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찍이 일본이 전 세계 과반을 넘는 양을 생산하고 있는 ‘탄소섬유’ 시장에 도전장을 내던진 효성그룹이 1조원을 더 투자해 단일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를 양산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도 ‘미래의 쌀’이라고 불리는 탄소섬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어서 효성그룹은 근시일 내 글로벌 탄소섬유생산회사로 우뚝 설 전망이다.

효성그룹은 지난 29일 전주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장 일부를 공개했다. 효성 전주공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도, 전주시등과 2028년까지 1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탄소섬유 공장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자동차·방산·로봇·우주산업 등에 주로 쓰이는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탄소섬유는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필요한 핵심소재다.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 수백배의 고압에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핵심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의 필수소재로도 꼽힌다. 특히 탄소섬유는 일본의 도레이·미쓰비스케미칼·데이진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생산하고 있어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탄소섬유는 한국에서는 효성첨단소재만 양산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효성첨단소재는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돌입했다. 이후 2011년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2013년에는 일본·미국·독일에 이어 전 세계 4번째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효성첨단소재는 연 2000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전주공장에 468억원을 투자해 올해 말 연 4000톤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2028년까지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현재 1개에서 10개 라인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생산량인 연 2000톤에서 10개 라인이 돼 연 2만톤을 생산하게 되면 단일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세계 탄소 시장 점유율 역시 11위(2%)에서 3위(10%)로 오를 전망이다.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극일(克日)’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효성 전주공장에서 개최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 축사를 통해 “이번 투자 협약식이 첨단 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향후 7년간 7~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 핵심소재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성은 탄소섬유 공장도 늘릴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호텔에서 글로벌 종합 석유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Arabian American Oil Company)의 아민 나세르(Amin H. Nasser) CEO와 탄소섬유 공장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서 효성은 지난 3월 아람코와 화학, 첨단소재 및 수소 관련 사업 협력을 위해 포괄적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아람코는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부문 등에서 신규사업을 검토하면서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 부문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온 효성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흐메드 알사디(Ahmad A. Al-Sa’adi) 아람코 수석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효성 전주공장을 방문해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확인하면서 효성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직접 보고 신뢰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상용 DS투자증권 센터장은 “효성첨단소재는 2017년 270억원(1300톤), 2018년 약 300억원(1600톤), 2019년 450억(2400톤), 2020년 600억원(3200톤)으로 탄소섬유 매출액과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가 육성기업으로 키우는 만큼 2028년 이후에는 약 4500억원(2.4만톤)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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