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저축은행 “불매운동 피해 없어”
오히려 마케팅으로 이미지 제고…“친근한 이미지 구축”
79개 저축은행 중 일본계는 ‘4개’지만…여신 비율은 18.5% 달해
‘日 의존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 움직임 없어

국내 저축은행 중 업계 1위는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이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금융계는 일본 불매운동 ‘무풍지대’다. 직접적인 불매운동이 번지지 않아 일본계 금융기업들은 어떠한 타격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은 물론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 산업을 직접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잠식해있는 일본계 금융자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 피해간 일본계 금융사, 마케팅으로 ‘이미지 제고’

산업계에서는 불매운동으로 일본 기업 및 일본 지분이 높은 기업의 매출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은 금융계를 피해간 분위기다. 일본계 자금은 저축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일본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한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 쪽은 산업과 구조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며 “은행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주로 금융 고객들은 금리나 대출승인 조건 등을 따지며 필요에 따라 은행을 선택하고 찾는다. 또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는 고객의 경제상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매운동이 진행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매운동에도 고객이 이탈하는 등의 특별한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일본계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으로 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4개 은행의 총 여신은 59조6000억원에 달하는 전체 저축은행의 여신의 18.5%(11조493억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까지 포함하면 서민금융에 영향을 끼치는 일본계 자금 파워는 더욱 막강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부업자 8310개 중 일본계는 19곳이지만 19곳의 여신 비율은 업권 전체 여신 17조3487억원의 38.5%(6조675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 일본계뿐 아니라 재일교포 영향권 아래 있는 금융기업까지 포함하면 국내 금융계에 뿌리내린 일본계의 영향력은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은행은 반일감정으로 피해는커녕 최근 다양한 방법의 마케팅을 통해 ‘일본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긍정적인 이미지 전파에 힘쓰고 있다.

김아림 SBI저축은행 소속 골프 선수(왼쪽)과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사진=연합뉴스

SBI저축은행은 골프 부문에서 스포츠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정연주와 김아림, 이소미 등 3명의 여자 프로 골퍼들을 모아 여자 골프단을 창단했으며 이들 선수는 가슴에 SBI저축은행 마크를 달고 각종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또한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한 SNS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 5월에는 싱어송라이터 ‘요요미’와 내일은 미스트롯에 출연한 ‘박성연’과 함께 뉴트로풍의 ‘저축가요’시리즈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대형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의 모회사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재일교포인 최윤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2012년부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프로배구단’을 운영 중이며 OK저축은행은 유명 배우인 이순재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광고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개최된 왕왕콘테스트. 사진=JT금융그룹 블로그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을 운영하는 일본의 J트러스트그룹은 반려견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J트러스트그룹은 반려견 동반 걷기 대회인 ‘JT왕왕레이스’와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왕왕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반려견을 기르는 젊은 세대를 타게팅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JTBC2에서 지난 5일까지 방영된 ‘그랜드 부다개스트’의 제작지원에 참여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금융상황 점검회의. 손병두 부위원장은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자금 회수에 관해서는 본인들이 그렇지 않다고 확인해줬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계 ‘국산화’ 바람, 금융계는 해당 없어

일본발 경제제재로 정부와 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직접 육성하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더불어 일본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의 다국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본 자금 잠식이 상당한 금융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물론 자금이 당장 회수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기초산업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다 역풍을 맞은 이번 수출제재를 반면교사 삼아 금융계에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2금융권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대부분의 고객은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인 서민들이다. 저축은행은 서민들이 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서민금융을 지원한다. 만약 서민금융이 상당 부분을 잠식한 일본계 자금이 갑자기 회수된다면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국내 수신을 바탕으로 한 재원으로 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본사에 배당도 지양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 회수를 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OSB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일본의 오릭슨코퍼레이션은 지난 5월부터 OSB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이 아니더라도 향후 일본 본사를 상대로 고배당을 진행해 국부가 유출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자금 회수에 관해서는 본인들이 그렇지 않다고 확인해줬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개최한 ‘일본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및 파급영향 점검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손주형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일본계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이유 없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철수한다면 일본이라는 금융회사를 믿지 못하는 낙인효과가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