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에 대출까지 받았는데…1억5천 투자, 돌려받은 수익금 고작 150만원”
인천 영종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운영 및 수익금 지급 관련 내홍 계속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인천 영종도 인근에 들어선 ‘웨스턴그레이스호텔’ 객실 운영 및 수익금 지급 관련 문제로 운영업체와 투자자 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곳 호텔은 분양 당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나 사실상 약속된 수익금 지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관리단을 중심으로 운영권을 넘겨받아 새로운 운영사를 설립, 일부 객실은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일부 수분양자는 모아둔 쌈짓돈에 대출까지 받아 객실을 분양받았음에도 수익금은커녕 대출이자 낼 돈도 없다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웨스턴그레이스호텔은 지하 4층~지상 25층, 총 503실(상가 포함) 규모로 인근에서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특급호텔이다. 전 객실이 ‘스카이 오션뷰’를 갖춘 이곳은 2015년 본격 분양에 돌입, 2017년 준공됐다. 인천 소재 SC제일건설이 시공·시행을 맡았으며 위탁 운영은 해당 건설사 대표가 인수한 세안인터내셔널이 담당했다.

이보다 앞서 SC제일건설이 준공한 분양형 호텔 ‘영종 1차 웨스턴인터내셔널 호텔’이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준공 후 투자수요의 신뢰와 기대감은 상당했다. 이곳 호텔 투자자에게는 1년간 확정 수익금이 제대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당시 SC제일건설은 투자자를 유치하며 객실 분양금액의 8%가량을 확정 수익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보장했다.

관리단이 설립한 두 개의 운영사가 대립하면서 호텔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웨스턴그레이스호텔 내부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독자제공

3가지 타입으로 구분된 객실 평균 분양가는 1억5000만~2억원 선. 투자자들은 세안인터내셔널로부터 확정수익 지급보증서도 받았기 때문에 수익금 미지급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분양한 이곳 호텔은 현재 약 490개 구분소유권 및 280여명의 구분소유자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준공 후 본격적으로 호텔 운영에 들어간 지 1년 4개월째를 맞았으나 약속한 수익금 지급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2017년 국내 사드 배치 논란으로 외래관광객 수요가 급감했고 경기침체 등 여파로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웨스턴그레이스호텔의 한 객실을 분양받은 A씨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니까 노후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분양받았다”며 “SC제일건설이 앞서 분양형 호텔(영종 1차 웨스턴인터내셔널 호텔)을 짓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웨스턴그레이스호텔과 흘러가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억4900여만원을 투자해 이곳 호텔 객실 하나를 분양받은 A씨는 계약대로라면 1000만원을 훨씬 넘는 수익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받은 수익금은 150만원 남짓이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객실을 하나가 아니라 두세 곳 받은 투자자도 있다. 대출까지 받아서 분양받았는데 오는 사람이 없으니 원리금 갚는데 내 돈만 붓고 있다”며 “아무래도 전문적인 업체를 통해서 호텔을 관리·운용하면 더 좋겠거니 생각했는데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호텔 분양 당시 작성된 확정수익 지급보증서. 사진=배수람 기자

이에 구분소유자들은 관리단을 형성, SC제일건설 측과 호텔 운영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SC제일건설 관계자는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자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며 “미지급된 수익금에 대해서는 호텔 로비 상가의 기존 저당권을 말소, 1순위 가등기를 해주었고 이를 원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는 자사가 제주도에 시공한 호텔 잔금이 입금되면 시행사보다 먼저 구분소유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채권 양도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운영사인 세안인터내셔널이 각종 공과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져서 일부 구분소유자들이 자체적으로 ㈜웨스턴을 설립했다. 이에 SC제일건설 측에서는 기존 운영사 직원을 인계해주는 등 명도비를 받고 호텔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각종 권한을 다 넘긴 상태”라며 “수익금 지급이 제대로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으나 그와 별개로 호텔 운영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해서 조치를 했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의견이 모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웨스턴에서 운영하는 객실은 약 200개 정도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타 분양자들은 별개로 운영사 ㈜영종웨스턴그레이스를 설립해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다. 웨스턴 측은 500여개 객실을 한 운영사가 관리하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두 개의 운영사가 함께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면, 영종웨스턴그레이스 운영사에서는 하나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수익금 미지급 관련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호텔을 이용하는 투숙객들만 몸살을 앓고 있다. SC제일건설에 따르면 양 운영사의 대립으로 최근 한 달간 예약취소 등으로 입은 호텔의 손실은 8000만원 상당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분양형 호텔에서 이 같은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까지 동원되며 줄지어 분양형 호텔이 들어섰지만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대표는 “호텔이라는 화려한 면을 보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분양형 호텔은 분양받을 당시와 완공 이후 돌아가는 상황을 다 따져봐야 한다”며 “객실 가동률을 100%라고 놓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과 50%일 때 발생하는 수익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않냐. 여기에 실질적으로 건설에 대한 노하우만 있고 호텔 운영에 감각이 없는 업체가 운영권을 가지는 경우가 꽤 많아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데 완공 이후 당장 수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계약 당시에 조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분양을 통해 수분양자들과 리스크를 분산하는 시장에서 성공모델보다 실패모델이 더 많다는 걸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조심해서 접근해야 하는 건 확실하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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