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문자·메일 등으로 업체 소개, 줄하락해도 ‘기다려라’
금융당국, 자격요건 심사 강화…피해 방지 위한 직접적 대책 無

유사투자자문업이 매년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문자를 통한 유사투자자문업체의 홍보 내용.사진=파이낸셜투데이

유사투자자문업이 난립하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난 1일부터 유사투자자문업 관리 감독을 강화했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지난해 가을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처음 이용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액으로 운용하던 중 B업체에서 이용을 권유하는 연락이 왔다.

A씨는 “처음에는 운용하는 돈이 적어 거절했지만 문자로 알려준 종목을 보니 다음날 상한가를 치더라”며 “뭔가 있겠다 싶어서 가입하게 됐고 가입비로 1년에 300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A씨는 가입 직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결제 직후 추천받은 종목이 30분 후에 급등을 시작했고 총 10%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두 번째 종목을 추천받았다. 해당 종목이 하루에 3~4%씩 하락하자 A 씨는 업체 측에 문의했고 2주일이 지나면 오를 것이라는 답변을 받아 들었다.

A씨는 “1주일 정도 지나자 담당자의 말처럼 정말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불안한 마음에 7% 정도 올랐을 때 팔아버렸다”며 “이후 10% 정도 오르자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야 하니 해당 종목은 팔아라’고 말했다. 이미 팔았다고 답하니 자기 지시없이 팔지 말라고 했고 업체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A씨가 세 번째로 추천받은 종목이 매일 3~5% 상승을 거듭하던 중 급락했고 몇 차례 등락을 반복하다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A 씨는 업체 측에 연락했으나 ‘개미(개인투자자) 털고 가는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고 이후에는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A씨의 예수금은 반토막이 났다.

A씨는 “이후 업체에 항의하자 ‘가입 당시 회비가 300만원에 불과해 회비를 더 많이 낸 사람과 정보력에 차이가 있다’는 소리를 했다”며 “그럼 회비를 적게 낸 사람은 손실을 봐도 된다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해당 업체에 피해를 본 사람은 A 씨 뿐만이 아니었다. 한 유사투자자문업 피해자 커뮤니티에는 B업체를 이용했다가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A씨와 같이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 수차례 가입을 권유받아 해당 업체를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이후 다른 업체를 몇 곳 더 이용했지만 B 업체와 마찬가지였다. 회비를 낸 후 처음 추천한 종목을 통해 수익을 얻게 해 신뢰를 얻은 뒤 다음 종목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이에 대해 항의해 환불을 요구하면 담당자를 바꿔주거나 시간을 끄는 등의 방식을 통해 환불을 미뤘다.

A씨는 “업체들은 고객들이 수익이 나는지 안 나는지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수익이 나면 좋고 안 나도 수수료는 다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사투자자문업자 수는 매년 증가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2015년 말 959개에서 지난 5월 말 기준 2312개로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은 카카오톡, 문자, 메일 등 다변화된 경로로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렸다.

피해신고 민원 건수도 증가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민원시스템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피해신고 민원 건수는 2012년 44건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246건으로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같은 기간 187건에더 4887건으로 26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피해구제는 연평균 상담 건수의 20%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밝혔다. 이달부터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자격요건 심사를 강화하고 검찰·국세청 등과 협력해 자격요건에 대한 사실조회도 진행했다. 유령 업체를 차단하기 위해 ‘직권말소제’를 도입해 국세청에 폐업신고를 한 뒤에도 영업을 지속하는 사업자의 신고를 말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관리·감독 강화안이 금융소비자를 구제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개정안은 서류의 신고사항 등을 강화하는 등 감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제까지 유자투자자문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대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입회비나 연회비를 받음으로써 생기는 피해사례의 대책이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처벌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 맞는 피해 중심의 대책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시장과 너무 동떨어져서 시작됐다”며 “개정안이 실질적인 시장의 피해를 얼마나 방지하고 소비자를 위한 보호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피해자 관점의 대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보상과 구제안을 마련해 줄 것인지, 혹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부여한다든지 등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으로 피해와 연관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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