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전쟁으로 ‘日 불매 운동’ 확산
불매 리스트에 ‘신한금융·일본계 저축은행’ 거론

사진=연합뉴스

한일 무역전쟁으로 일본계 금융사까지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신한금융과 일본계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단순히 일본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불매 운동을 넘어 일본과 밀접한 금융사에 대한 보이콧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한국을 우방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행보에 돌입해 한국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무역제재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반일 감정이 고조돼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번졌고, 일명 ‘불매 운동 리스트’까지 작성돼서 퍼지고 있다. 현재 금융 기업 중에서는 신한금융그룹 및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이름이 일부 리스트에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경영 전반에 재일교포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신한은행은 1982년 오사카 재일교포 중심의 민간자본으로 설립돼 오늘날 한국의 리딩뱅크로 성장했다. 이러한 신한금융의 실세가 신한은행 설립에 참여했던 재일교포라는 점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최대주주는 9.38%의 지분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공단이지만 사실상 최대주주는 재일교포들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17~20%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은 주주 원로 모임인 일명 ‘간친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요 경영진인 신한금융 회장 및 사장단은 주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간친회와 회동을 갖는다. 지난 2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은행장에 내정된 이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함께 간친회를 찾기도 했다. 주요 경영진들이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까지 방문한다는 것은 재일교포 주주가 신한금융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경영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도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들은 주요 축을 이루고 있다.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4자리는 재일교포의 몫이다. 결국 국내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는 신한금융이 사실상 재일교포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것에 소비자들의 화살이 쏠리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9184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KB금융그룹(8457억원)으로부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일본인이 아닌 재일동포들이 설립한 은행이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일본 은행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한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외인 지분율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 단지 일본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있다고 해서 일본계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로 고객들이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관련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민금융 깊숙이 침투한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체

금융권 중 소비자들의 반감이 심한 곳은 2~3금융권이다.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일본 자본으로 국내에서 고금리 이자수익을 벌어들인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중 일본계로 분류되는 은행은 SBI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규모가 큰 대형저축은행으로 국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계 1위로 일본의 SBI홀딩스가 84.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산규모는 7조6095억원이고 당기순익은 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어지간한 지방은행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J트러스트그룹이 운영하는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2조3343억원, 1조2490억원이었다. 또한 당기순익은 49억원, 28억원으로 나타났다. 오릭슨코퍼레이션이 76.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OSB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동기 기준 2조1551억원이었으며 4억원 가량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대부업체로는 일본의 산와대부가 운영하는 산와머니가 대표적인 일본계로 알려져 있다. 산와머니는 국내에서 업계 1~2위를 차지하는 대부업체다. 그 밖에도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 미즈사랑, 러시앤캐시가 범 일본계로 꼽히고 있지만 재일교포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오리지널 한국’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향한 시선이 유독 따갑다. 통상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찾는 소비자들은 일반 서민들로 1금융권 이용에 제약이 있는 중·저신용자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어 일본 자본이 한국의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이자 놀음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이러한 비판과 이들 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국부유출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맞물리면서 불매 운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사안이 경제 문제에 영향을 주고 있어 유감이다. 한일 관계가 장기적으로 악화된다면 저축은행과 금융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은 반일 감정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반대로 일본계 저축은행이 국내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면 서민들에게 제공되는 대출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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