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회장·윤근창 사장, 히트아이템으로 1020세대 홀려
가격·유통망 등 브랜드 재정비…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 기록
파산 직전에서 ‘잘 나가는’ 기업으로 우뚝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휠라코리아다. ‘망한 줄’ 알았던 휠라코리아는 1020 세대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0년 초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휠라코리아가 회생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휠라코리아를 ‘젊은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배경에는 윤윤수 회장과 윤근창 사장, 두 부자의 용단과 실행력이 있었다.

▲100년 전통 스포츠 브랜드…아버지가 인수하고, 아들이 살리고

휠라코리아는 1911년 설립된 이탈리아계 한국브랜드다. 이탈리아 ‘필라 형제’가 창업한 의류 브랜드지만 2003년 윤윤수 회장이 본사를 인수하며 2007년부터는 한국에 본사를 둔 국내 브랜드가 됐다.

휠라는 설립 초창기 의류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였으나, 1980년대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신발과 스포츠 분야로 발을 넓혔다. 휠라는 스포츠 강대국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NBA 농구선수를 활용한 ‘스타마케팅’을 펼쳤다. NBA 스타들의 시그니처 농구화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리며 휠라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상승세에 힘입어 전 세계 50개국 9000개가 넘는 매장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 휠라가 유명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윤윤수 회장이 휠라코리아를 라이센스 형태로 들여오면서 부터다. 당시 휠라코리아는 농구의 인기와 함께 국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경영난조로 휠라 브랜드는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된다. 휠라의 고향격인 유럽시장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휠라 지주회사 HDP는 휠라의 매각을 결정했다. 휠라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올라오자 윤윤수 회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03년 본사를 전격 사들인 그는 2007년 인수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같은 해 윤 회장은 아들 윤근창 사장을 휠라USA에 입사시킨다. 휠라USA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등을 역임한 윤근창 사장은 적자를 기록하던 휠라USA를 약 3년만에 턴어라운드(기업회생)시킨 인물이다. 2015년에는 휠라USA 매출규모를 2007년 대비 약 10배 가량 끌어올렸다.

기울어가던 휠라코리아가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윤근창 대표이사가 휠라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윤근창 사장이 브랜드 개편에 나서며 휠라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9671억원, 118억원에서 지난해 2조9546억원, 3571억원으로 2년 새 각각 3배, 30배 이상 늘었다.

▲1020 밀레니얼 세대 홀린 뉴트로 신발…판매량 ‘쑥쑥’

휠라코리아의 성공을 이끈 제품군은 역시 신발이다. 통상 스포츠 브랜드의 성패는 신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트디럭스. 사진=휠라코리아

2016년 9월 출시했던 ‘코트디럭스’가 2017년 말 100만 족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휠라코리아는 연이어 히트 아이템을 배출했다. 국내 어글리 슈즈 유행을 선도 중인 ‘디스럽터2’는 2017년 7월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만 260만족 가량 팔렸다.

디스럽터2는 1997년 출시된 ‘디스럽터(DISRUPTOR)’의 후속 버전이다. 해당 제품은 1998년 글로벌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휠라의 시그니쳐 아이템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출시되자마자 완판 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출시 1년 반 만에 국내 180만 켤레, 해외 820만 켤레 이상 판매됐다.

휠라코리아의 신발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버리고 1020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을 재해석해 만든 복고풍 신발은 10~20대가 열광하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6만9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역시 판매 돌풍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완판행진 비결…신발 샘플 100% 자체개발·유통채널 다각화

휠라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신발 샘플을 100% 자체 개발하면서부터다. 휠라는 2009년 5월 중국 진장 지역에 샘플 제작 공장인 글로벌 소싱센터를 건립, 신발 샘플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통상 운동화 생산은 특정 공장에 비용을 지불하고 샘플을 제작하거나 구매단가에 샘플 제작비용을 추가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샘플 개발부터 품질, 단가, 책정까지 브랜드에서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휠라는 샘플 개발 거점을 직접 운영하며 생산 공장과 직접 소통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휠라 USA에서 근무하던 윤근창 사장은 진장에 3년여간 파견 나가 현장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시스템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던 그는 자체적으로 샘플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여기에 해외 지사 물량까지 더해지자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2 등의 히트아이템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다.

특히 1020세대 주 고객층 소비 패턴에 맞춰 유통 채널도 다각화했다. 백화점과 대리점 위주였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ABC마트, 폴더와 같은 편집숍에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같은 해 온라인 비즈니스도 강화를 위한 온라인 단독 제품도 잇달아 내놓으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 나갔다.

▲프로야구 두산 팀과 24년째 이어가는 끈끈한 ‘파트너십’

사진=연합뉴스

휠라코리아는 두산베어스와 관계가 두텁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24년째 두산베어스의 스포츠 용품 및 의류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와 두산베어스는 국내 프로스포츠계 역사상 최장기간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두산베어스 유니폼의 화이트&네이비 컬러는 휠라의 브랜드 컬러와도 일치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두산베어스와의 파트너십을 활용, 스타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매월 특정 홈경기를 ‘휠라 허슬두데이(FILA Hustle Doo Day)’로 지정해 펼치는 이벤트다. 스타선수 한 명을 지정해 캐리커처 등이 새겨진 휠라코리아의 제품을 선물하는 것으로, 이번달 17일에는 두산베어스 최주환 선수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휠라코리아 창립 27주년을 맞아 윤윤수 회장이 직접 기념 시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고의 순간 ‘아직’…하반기도 호조 예상

9일 금융투자업계는 2분기 휠라코리아의 연결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늘어난 9258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영억이익은 1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지난 2017년 149%까지 치솟았던 휠라코리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19%까지 내려갔고 올해는 10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부채비율이 71%까지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파이내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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